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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이 하산한다

수안아빠1446 2007. 10. 2. 16:53

 

 

 

 

전원주택 이 하산한다

선공사·후분양제, 아파트와 비슷한 가격 형성
산좋고 물좋은 곳서 도심 콘크리트 건물 사이로

 

 

 

울산지역 부동산 전문 인터넷사이트인 울산 114가 지난 달 울산시민을 상대로 ‘은퇴나 자녀 출가 후 어떤 유형의 주택에서 살고 싶은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9%가 ‘전원주택’을 꼽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전원주택이 건설, 개발업자의 선공사·후분양 제도로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에 주택시장으로 공급되는 점, 그리고 시내 중심가의 아파트 한 채 사는 비용과 비슷하게 가격대가 형성된 점이 전원주택의 선호도를 끌어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도심보다는 멀리 산속이나 외딴 곳에서 지어졌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도시 내 아파트 단지 사이, 상가 건물 사이로 파고들어 온 것도 전원주택의 선호도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로하스 건축 김진수 대표는 “사람들은 전원주택이 도심을 벗어난 한적한 곳에 있어야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도심을 잘 살펴보면 콘크리트와 잘 어울리게 지어진 전원주택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전원주택이 우리 주변에 가깝게 다가와 있지만 너무 잘 어울린 탓일까, 기존 도심 내 있는 전원주택의 어색함을 모르는 것이 바로 잘 어울리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전원주택의 특징
본래 전원주택이라 함은 농경지나 녹지 따위가 있어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교외에 지은 주택을 말한다.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 주거 생활의 편의성을 제공하는데 좋다면 전원주택은 편의성보다는 정서적인 만족, 건강 등 내적인 부분에 치중한다. 하지만 최근 지어지는 전원주택은 나무, 황토, 돌 등 자연소재와 함께 현대건축의 장점을 살려 새로운 주거문화로 주거생활의 변화가 오고 있다.
▶ 황토주택
황토가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혈액순환이나 공기 청정기, 가습기 역할 등 삶의 웰빙화와 더불어 화재시 연기나 유독가스 배출이 없고, 최근에는 전자파도 막아 준다는 연구결과처럼 황토의 장점은 일일이 설명하기조차 벅찰 정도다. 때문에 일반 건축물을 짓더라도 방, 거실 등에는 내부 마감재로 황토를 사용하는 건축도 늘고 있다.
▶ 목조(통나무)주택
일반 사람들은 목조(통나무)주택을 보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바로 ‘화재에 취약하지 않을까’다. 나무가 불에 잘 탄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 하지만 김 대표는 오히려 목조(통나무) 주택이 화재시 사람에게는 더 안전하다고 한다. 화재시 발생하는 유해가스가 없고, 생각처럼 쉽게 불이 붙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10cm 이상 되는 통나무는 철근 콘크리트 60cm 정도의 단열성을 지니고 있으며, 타면서 산화막(숯층)을 형성해 속까지 빠른 시간에 전소되지 않는다. 또한 목조(통나무) 주택은 완공 후에도 집주인이 손재주만 있다면 조금씩 개보수도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와닿는다. 개미가 들끓는다는 점도 꺼리는 이유 중 하나.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통나무 자체도 고온에 살균처리가 된 것들이 쓰이며, 땅도 터 다지기부터 살균 처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러한 걱정을 덜 수 있다.

가격이 가장 궁금해
김 대표는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바로 “평 당 얼마 정도 해요?”다. 과연 콘크리트, 벽돌이 아니라 나무와 흙으로 지어 올린 것이 더 비쌀까, 아니면 더 쌀까? 그는 이 질문에는 확답을 못한다고 한다. 건축물의 내부 마감재와 구조도, 지역 위치에 따라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 하지만 지역과 대충의 구조도, 그리고 재료 등을 정하고 문의를 한다면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단지 설계만 보고 보이지 않는 건물에 돈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꺼리게 했던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이제는 선공사·후분양제로 앞뒤가 바뀌기도 한다. 다만 전원주택의 장점으로도 꼽히는 맞춤식 설계가 제한된다는 점이 있다.

전원주택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같이 처마가 있다. 한국의 미를 살린다는 점과 더불어 비나 눈에 직접적으로 맞지 않아 내구성에도 한 몫 단단히 하기 때문이다. 옛 선조의 지혜가 처마뿐이겠냐만은 누가 강요하지도 않아도 언젠가는 꼭 한번 살았으면 하는 전원주택. 이러한 바람이 간절했을까 도심에서도 조금씩 늘어나는 전원주택을 보고 있노라면 고층 빌딩 부럽지 않은 이유는 분명 건강한 삶 외에도 뭔지 모를 마음의 평온함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로하스 건축 김진수 대표
“전원생활의 꿈, 내손으로 이뤄준다는 것이 큰 행복”
평생을 건축업에 몸을 바친 로하스 건축의 김진수 대표.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는 일반 철골 콘크리트 건물을 지었다. 하지만 목조·통나무·황토 건물에 매력을 느껴 5년전부터는 줄곧 전원주택을 짓고 있다.
물론 그도 전원주택의 매력에 빠졌을 때는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작업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도심 내부에서 일을 하는 시간이 더 많다. 그는 “많은 사람들은 전원주택에 살고 싶어하지만 왠지 도시에서는 어울리지 않아 멀리 외딴 곳에 많이 지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콘크리트 건물 사이에 있어도 어색하지 않아 점차 도심에서도 전원주택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요즘에는 한가지 재료로만 짓지 않고 틀은 철근 콘크리트로 하고 나머지는 통나무, 목조, 황토 등 각 건축물의 장점만을 살린 건축물들도 늘고 있다. 기존 콘크리트 건물에 내부는 황토로 바르기도 하고, 벽돌로 외부를 치장하던 것에서 목조로 덮어씌우기도 하는 등 내외부가 따로 지어지는 것들이 늘고 있다.
하늘높이 솟은 빌딩 사이로 더이상 어색하지 않게 다소곳이 자리잡은 전원주택 덕에 전원생활의 꿈이 조금 더 가깝게 다가온 듯 하다.

□ 도움말 : 로하스 건축 (www.hwangna.com)
□ 취재/사진 : 성두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