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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마니와 약초산행기

수안아빠1446 2006. 12. 19. 23:34
삼산골 심마니의 천문동 약초산행기 울산교차로 2006-12-19
[천문동]

▣ 출발
새벽 6시 삼산골 심마니 가게 간판에 불이 켜진다. 중국산 산삼에 속는 이들이 많은 요즘 심마니 박활 씨는 아예 가게를 차리고 카페도 운영하며 국내삼을 알리기에 부쩍 바빠졌다. 산삼을 팔고 감정도 하며 심마니로서 삼에 대한 피해를 줄여보고자는 이유에서다.
오늘 산행은 산삼이 아니라 동호인들과 함께 천문동 약초산행을 가기로 했다. 산삼 산행처럼 장기간 떠나지 않아 장비라고는 곡괭이와 약초를 담을 가방만 보인다. 그외 지금은 뱀이 없어 각반을 차지 않아도 된다지만 굳이 찬다. 가시와 덩굴이 옷 사이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곡괭이 날을 한 번 만지고 7시 경남 고성으로 떠나기 위해 일어선다.
천문동은 한자 그대로 ‘하늘의 문을 여는 겨울 약초’라는 의미를 가졌다. 약초꾼들 사이에서는 먹으면 몸이 가벼워진다지만 장황하게 효험을 설명하진 않는다. 단지 말보다 빨리 달린다거나 신선이 되어 날아갈 정도라는 것만 일러준다.
고성으로 가는 차 안 지나치는 곳곳이 공사중이다. 도로를 넓히며 아파트를 짓기위해 산을 깎고 있다. 이내 최근 시끄러운 부동산 얘기가 약초꾼들과 심마니 사이에서도 시작된다. 그린벨트, 역세권 등 심마니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얘기지만 들어보면 그것도 아니다. 평당 천 만원이 넘는 땅보다는 평당 500원의 땅이라도 산세만 좋다면 땅에 관심이 간단다.
적당한 경사도와 흙만 좋다면야 삼을 심기위해 살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공사가 되고 있는 곳을 지나치며 그는 “흙이 좋아 보이는데 공사를 하기에는 아깝다”는 말을 불쑥 내뱉으며 이내 얼굴을 돌린다.

▣ 산행
출발한 지 2시간 가량이 지났을까 옥서휴게소에서 부산, 마산의 약초꾼들과 합류를 한다. 인사를 나누는 것도 잠시 그는 곧바로 차를 타고 회원들과 함께 고성 산자락으로 향한다. 당일로 고성까지 갔다오려면 산 탈 시간이 줄까봐 조급함이 발길을 재촉한다. 10시가 조금 넘어 도착한 고성 산자락, 10여명의 약초꾼들과 함께 장비를 챙긴 후 그는 산을 가만히 바라본다. 천문동이 날 조건이 갖추어졌는지 산세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날 오르려는 산은 수렵이 허가된 곳이다. 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호루라기도 챙긴다.
그는 본격적인 산행 전 주의사항과 천문동 약초의 특징을 회원들에게 설명한다. 수렵지역이라 떨어지면 안된다는 것과 이날 캐는 천문동에 대한 설명이다. 겨울산이라 낙옆에 쌓여 찾기가 힘들지만 하나를 찾으면 주변에 많이 있기 때문에 다들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 눈치다.

▣ 채취, 그리고 하산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 큰 소리가 들린다. 천문동을 발견한 것이다. 약초 특성 그대로 양지 바르고 숲이 우거지지 않는 곳에서 낙엽사이로 가는 녹색 줄기가 보인다. 하나 둘 흩어졌던 약초꾼들이 모이고 약초꾼 중 한 명이 채취방법을 보인다. 고구마처럼 줄기가 가늘어 함부로 당겼다가는 줄기가 끊어지기가 쉽기 때문이다. 조심히 캔 천문동을 가방에 넣으며 다시 산행이 시작된다.
하지만 몇 시간을 돌아다니고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 산행에서는 천문동을 몇 뿌리 캐지 못했다. 한번도 오르지 않은 산이라 산세는 좋아도 곳곳에 돌이 있어 약초가 자랄 환경이 아닌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길가에서 잠시 밥을 먹기로 한다.
누가 약초꾼 아니랄까봐 회원들이 꺼내는 물통이 다들 약초를 달인 물이다. 밥을 먹은 후에도 약초꾼의 기질이 어디가질 못한다. 길가에 자란 약초를 발견한 것이다. 곰보배추, 부처손, 질경이 등 지천에 널린 약초를 보고 저마다 산에서 못 캔 한이라도 푸는 듯 곡괭이를 들고 길가 이리저리를 돌아다니며 캐기 시작한다.
박활 씨는 “길가에 자란 풀들도 모르면 잡초에 지나지 않는다”며 “약초는 험한 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뒷마당, 길가 어디든 있다”고 말한다. 쉽게 밟고 지나치는 풀 중에는 귀한 약초도 있다는 말이다.
이날 천문동 약초 산행은 사전답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울산으로 발길을 돌린다. 그래도 박활 씨는 천문동을 많이 못 캔 아쉬움보다는 회원들에게 천문동을 많이 가져가지 못하게 한 것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 심마니 박활
고려산삼감정협회 회원으로 산삼 감정을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중국산 산삼에 속아 감정을 받으러 오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한다.
심마니 생활을 하며 여러차례 이런 일을 겪은 것이 인터넷상 카페(cafe.daum.net/navisory)를 차리게 했다. 보다 더 많이 국내삼에 대한 정보를 주고 더불어 약초 산행을 통해 약초에 대한 정보도 주고자 함이다.
요즘은 삼을 캐도 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 심마니에게 해꼬지하는 사람도 있어 심마니만의 소리를 내지 않고 다가오면 덜컥 겁부터 난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심마니다. 사람들에게 삼을 캐주고 약초도 알려주며 난을 좋아하는 그는 “산 외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취재/사진 : 성두흔 기자

천문동 : ▣ 천문동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
1. 기침
인삼, 맥문동, 숙지황을 같은 양으로 섞어서 가루 내고 꿀로 갠뒤, 앵두알 크기의 알약으로 만들어 입에 넣고 녹이면서 먹는다.
2. 피를 토할 때
천문동 40그램, 구운 감초, 살구 씨, 패모, 백복령, 아교를 각각 같은 양으로 가루 낸 후 꿀로 우황청심환 크기의 알약으로 만들어 입에 물고 녹이면서 천천히 먹는다.
3. 피부가 건조하여 갈라질 때
천문동을 생즙 내어 질그릇에 넣고 죽처럼 될 때까지 은근한 불로 달여서 한 번에 한두 숟가락씩 빈속에 더운 술로 먹는다.
4. 편도선염, 목구멍이 붓고 아플때
천문동과 도라지를 각각 같은 양으로 달여서 수시로 복용한다.

연한 순을 식용하며 뿌리를 진해·이뇨·강장제로 사용한다. 금기로는 몸이 차고 장이 나빠 설사하는 사람에게는 쓰지 못한다. 천문동의 약효에 대해 《향약집성방》과 《동의보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맛은 달고 쓰며 성질은 평하고(몹시차다고도 한다) 독이 없다. 몸 한쪽에 감각이 없는 것을 치료하며 골수를 보충해 준다. 또한 뱃속의 벌레를 죽이고 폐를 튼튼하게 하며 한열을 없앤다. 그리고 살결을 곱게 하고 기운이 솟아나게 하며 소변이 잘 나오게 한다.
기침이나 천식으로 숨이 몹시 찬것, 폐옹으로 고름을 토하는 것 등을 치료하고 열을 내리고 신기를 통하게 한다. 또한 음을 낫게 하고 갈증을 멈추며 중풍을 치료한다. 오래 먹으려면 삶아서 먹어야 한다. 오래 먹으면 기운이 나고 몸이 가벼워지며 오래 살고 배고픈 줄을 모르게 된다. 또한 살결이 윤택해지고 몸의 여러 나쁜 기운과 더러운 것들이 없어진다. 지황을 같이 쓰면 늙지 않고 머리카락도 희어지지 않는다. 성질이 차면서도 몸을 보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몸이 허하면서도 열이 있을 때 쓴다.”
천문동은 우리나라 남부 지방의 바닷가와 섬 지방에 많이 자란다. 중국에서 수입한 것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약효는 거의 없다.
[심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