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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만에 부활한 로봇 태권V
수안아빠1446
2007. 1. 26. 20:25
31년만에 부활한 로봇 태권V |
성두흔 |
2007-0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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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추억 아들에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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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로봇 어른들에게는 ‘추억의’ 로봇
사진설명 : 18일 ‘로보트 태권 브이’가 개봉된 이후 지난 21일 롯데시네마 울산점에는 주말, 휴일을 맞아 가족나들이 나온 관객들로 가득찼다. 사진은 아빠와 아이가 나란히 영화를 보러 들어가는 모습.
▣ 영웅으로 돌아온 ‘로보트 태권V’ 7080 세대의 어릴 적 영웅 ‘로보트 태권V’가 31년만에 다시 돌아왔다. 지난 18일 전국 170여개 영화관에서 동시 개봉된 ‘로보트 태권V’는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76년 개봉 당시 못생긴 카프 박사에 맞서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싸우는 태권V에 열광했던 꼬마들이 어느덧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영화관 나들이를 하고 있다. 어릴 때 아빠의 추억을 고스란히 아들에게 물려줄 수 있게되어 남다른 영화로 돌아온 태권V. 그래서 더 인기를 얻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지난 21일 딸 정혜미 양과 함께 영화관을 찾은 정연두(동구) 씨는 “영화를 보는 동안 잠깐 어린 시절이 생각나더라”며 “딸아이와 함께 태권V를 봤다는 것이 같은 공감대가 하나 형성된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고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을 말한다. 18일에 개봉해 21일까지 4일동안 영화관에서 태권V의 인기는 대단하다. 롯데시네마 여현동 부영화관장은 “250여석이 주말과 일요일 모두 매진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상영기간을 더 길게 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라 전망했다. 이날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대부분 가족나들이를 겸해서 나온 가족들. 학생들의 방학기간까지 태권V의 인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31년 만의 부활 어린 시절 학용품에서, 집앞 담벼락에서, 그리고 놀이터 등에서 우리와 함께 했던 로봇 태권V. 영화는 이런 어린시절 회색빛의 영상으로부터 시작한다. 아이들이 아직 자리를 뜨고 뛰어다니며 시끌벅적할 영화시작 전 1~2분. 이 짧은 시간 어른들에겐 감동으로 와닿는 시간이 된다. 수많은 만화영화가 만들어지고 우리 입에 오르내리며 기억에서 멀어져 갈 때, 무엇이 다시 로봇 태권V를 31년만에 부활시키게끔 만들 것일까? 한 영화평론가는 일본을 이기고자하는 극일 이데올로기에서 찾고 있다. 76년 당시는 일본의 마징가만이 지구를 지키는 로봇으로 꼬마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징가가 세상을 지배한 지 4년, 태권도를 하는 로봇이 등장한 것은 일본의 마징가를 이길 유일한 로봇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태권V 디자인 표준화 작업을 맡고 있는 로이 앤 블록의 이대석 사장은 한 신문사 인터뷰에서 “태권V는 브랜드일 뿐만 아니라 문화 아이콘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하나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부터 어른들에게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이다. 태권V 부활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주)로보트태권V에서는 3년마다 극장판을 선보일 예정에 있다. 뮤지컬, 완구, 게임, 테마파크 등에서도 태권V를 이용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2007년 한 번의 추억속 영화부활로 그칠 기세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영화 마케팅 또한 특이하다. 영화 개봉 며칠 전 울산의 각 태권도 도장에는 태권V의 가면 수십 개가 도착했다. 예전 벽보를 붙이는 광고가 아니라 태권도를 하는 곳을 직접 찾아가 태권도를 하는 로봇을 만나보라는 것이다. 북구 송정대명태권도를 운영하는 이도훈 관장은 “요즘은 어린 아이들도 입시학원을 다니느라 체력이 많이 떨어져있는 상태”라며 “태권V의 부활이 태권도의 부활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 태권V의 비밀 ·복원 :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 창고에서 사라진 것으로만 알았던 ‘로보트 태권V’의 필름이 발견되었다. 이후 한국장편영화복원작업 1호로 선정되고, 대대적인 복원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필름의 상태가 워낙 훼손이 심해 복원을 하는 데 2년 동안 5천 여명이 투입되었다. 2005년 9월 복원작업이 완성되었을 때는 1170컷, 10만 8852프레임이 수작업으로 완성되었으며, 음향 또한 아날로그로 녹음된 것을 디지털로 전환해 돌비 5.1채널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복원 불가능한 부분은 김청기 감독의 허락으로 새롭게 제작했다. ·모델 : 김청기 감독의 사무실이 있는 광화문. 당시 태권V의 모델을 고민하던 김 감독은 창가에 내려다 보이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보고 모델을 삼았다. ·주제가, 성우 : 영화에서도 마지막에 한번 들려주는 태권V 주제가는 ‘세월이 가면’이라는 노래로 유명한 가수 최호섭이 초등학생 때 부른 것이다. 주인공 훈이의 목소리는 영화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첫째 할머니로 출연한 배우 김영옥. 하지만 2007년도 영화는 이들 목소리와 비슷한 성우로 재녹음한 것이다. ·음향 : 소리의 대가라 불리는 김벌레 씨가 맡았었다.
얼마전 일본에선 마징가 제트의 기지를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만든다는 보도가 있었다. 누구는 태권V가 국회에 있어 따로 만들 필요는 없다지만 모 프로그램에서 태권V의 실제 제작 가능성을 알아봐 큰 관심을 일으켰다. 현재의 과학으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은 났지만 그 시도만으로도 태권V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31년 만에 부활한 태권V. 이 만화영화가 지금 우리들에게 주는 것은 단지 영화상영만은 아닐 것이다.
□취재/사진 : 성두흔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