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에서부터 전해져오는 시원함

초계탕

 

 

입에 붙은 밥알 한 톨도 무겁게 느껴진다는 삼복더위.

이맘때면 보양 관련 음식점은 더위에 지친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때문에 보양관련 음식은 나날이 변화 발전해 그 종류가 수백여 종에 이를 정도다.

그중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삼계탕이다.

하지만 발갛게 달궈진 뚝배기에 담긴 삼계탕 대신 이가 시릴 정도로 시원하고 새콤한 초계탕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열치열을 뒤로한 채 초계탕으로 향하는 발길 따라 그 시원한 속내를 알아봤다.

 

 

 

 

 

 

 

 

 

 

 

 

삼복에 삼계탕을 먹기 시작한 것은 선조들이 여름철이 되면 하루쯤 날을 잡아 산수 좋은 곳에서 닭백숙이나 닭죽 등을 먹어 온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풍습은 삼복에 삼계탕을 먹는 것으로 일반화 돼 인삼, 대추 등을 넣은 일반적인 삼계탕에서 뚝배기에 넣는 재료에 따라 삼산 삼계탕, 전복 삼계탕, 상황버섯 삼계탕, 누룽지 삼계탕, 한방 삼계탕까지 다양한 종류로 변화 발전했다.

또한 ‘삼계’라 하여 태어날 때부터 닭을 따로 분류하고 유황, 녹차, 녹두, 매실 등 건강식을 먹인 닭을 이용한 삼계탕도 등장했을 정도. 때문에 닭 관련 종사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복날에는 삼계탕을 못 먹을 정도로 바쁜 하루를 보낸다.

삼계탕 종류가 다양해짐에 따라 해마다 복날이 되면 어디에서 어떠한 삼계탕을 먹을지 고민되는 것은 당연지사. 예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집이 맛있겠거니 예약을 서두르기도 하고, 한적한 산속 가든 등을 찾기도 하는 등 개성 따라 삼계탕을 찾는 발길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삼계탕을 향한 발길이 이열치열을 거부한 채 별미로 초계탕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초계탕은 인삼, 대추 등 삼계탕의 대표적인 재료 대신 기름기가 쏙 빠진 닭고기를 결대로 찢어 식초와 겨자로 맛을 낸 육수에 삶은 달걀, 오이, 배, 마늘, 볶은 깻가루, 식초, 참기름 등을 넣어 먹는 음식이다. 식초를 쳐서 먹는 음식이기에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식초 맛이 진하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이후 얼음이 녹으며 육수가 점점 감칠맛을 내면 삼계탕만큼 여름철 중독성이 있는 음식으로 식도락가에는 정평이 나있다.

삼계탕에 견주어 상대적으로 마니아층이 덜 형성된 초계탕은 원래 북한의 함경도와 평안도 지방에서 추운 겨울에 먹던 별미였다. 이후 식도락가들에 의해 점차 이름을 알려가면서 이색 보양식을 찾는 사람들의 식욕과 함께 욕구를 함께 채워주면서 최근 초계탕집이 늘고 있다. 특히 부산의 한 음식점은 기존 초계탕에 지역민들의 입맛에 맞춰 독특한 초계탕을 선보이며 경상원 식도락가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어 찾아가봤다.

 

 

◆ 새콤함에 매콤함을 첨가한 ‘辛 초계탕’

부산시 중구 신창동에서 2년째 초계탕을 손님상에 올리고 있는 ‘김치말이’ 박윤자(50) 사장. 그는 흔한 보양식으로는 경쟁력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삼계탕 대신 초계탕을 보양식으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그가 이러한 결정을 한데는 좁은 시장 골목 지하에 가게가 위치해 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여름에는 시원한 냉면이나 냉국수 등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리고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찾는 사람들 역시 많죠. 이 둘을 혼합한 음식을 하고 싶었어요. 음식점은 맛이 있다면 위치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죠. 그래서 한참을 찾은 끝에 초계탕으로 결정했죠. 이후 수개월간 초계탕의 맛을 내기 위해 부지런히 배웠죠. 하지만 새콤한 초계탕이 부산 등 경상도 사람들 입맛에는 안 맞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매콤함을 첨가하고 우리 집만의 초계탕을 개발해 선보이니 손님들이 좋아하더라구요. 그때부터 줄곧 매콤하고 칼칼한 초계탕을 요리하고 있어요.”

수년 간 음식점을 운영해 온 박 사장은 자신이 개발한 초계탕을 메뉴화 시키기 전 가족들과 단골 손님들에게 조금씩 맛을 보이며 수개월간 수정에 수정을 거쳤다. 이후 식초와 겨자는 손님 입맛에 따라 넣을 수 있게 따로 준비하고 기본적으로 매콤하고 칼칼한 맛을 추가해 그만의 초계탕을 완성했다.

그의 초계탕을 먹을 때는 일단 그릇에 담긴 얼음과 각종 야채들을 섞은 후 숟가락으로 조금씩 맛을 보며 식초와 겨자를 입맛에 맞도록 첨가하면 된다. 그의 초계탕 첫 맛은 젓가락부터 차가움이 전해질 정도로 입안을 시원하게 한다. 그리고 알싸한 매콤함이 혀 양쪽의 새콤한 맛과 뒤섞이며 닭고기가 입에 씹힐 때는 삼계탕과는 사뭇 다른 닭고기 맛을 느끼게 된다. 이후 씹으면 씹을수록 닭과 함께 깻잎, 배 등 각종 과일과 채소가 혀 사이로 녹아들면서 고소한 뒷맛을 입안에 남긴다.

초계탕 속 또 하나의 별미인 메밀국수를 초계탕 육수에 말아 후루룩 입에 넣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시원함과 포만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그의 초계탕은 손님상에 올라온 지 2년만에 인터넷을 달구기 시작했다. 미식가들이 하나 둘 찾아들며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 그 역시 이러한 반응을 생각지 못했다. 때문에 처음 김치말이 전문점으로 시작한 음식점에 또 하나의 메뉴가 추가되면서 초계탕 전문점을 차리는 것이 그의 꿈이 되었다.

복잡한 시장 속 그리고 지하, 이것이 그를 부지런하게 만든 것이다. ‘자신이 만든 음식에는 항상 자신감을 가져야 된다’는 그는 최근에는 초계탕 외 또 다른 음식을 구상 중이다.

개성따라 취향따라 보양식을 향한 발걸음이 절로 신나는 무더운 여름이다. 그간 땀 뻘뻘 흘리며 삼계탕을 먹었다면 이번 여름은 시원한 초계탕으로 달궈진 몸을 식혀봄이 어떨까.

 

성두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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