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담배를 노골적으로 권하는 사회?
대학생들 잡지에 실린 요란한 담배광고
리장
담배를 처음 피우게 된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면서였습니다.
동기들과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담배와 흡연이라는 매개체가 필요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꼴초는 아니었습니다. 피워도 입담배 정도였죠.
대학생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나도 한때 저랬다
그렇게 입담배로 시작해 속담배를 피우게 된 것은 군대에서였습니다.
이등병 때 삽질을 하다가 휴식시간에 담배를 피우는데, 선임병들이 왜 입담배를 피우냐며 속담배를 권했다(?) 아니 암묵적으로 강요했습니다. 그리고 군제대를 하고 학교에 복학해선 군대시절 습관화된 담배를 떨쳐버리려고 노력했지만 끊었다 다시 피우기를 반복하다 사회에 나왔습니다. 시민운동을 자신의 삶으로 선택하고 살아가려했지만, 담배의 유혹은 여기서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곳곳마다 '금연'표시가 되어있지만, 건물내 흡연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며 볼 일을 보는 흡연자들이 아직도 있다
스스로 자신의 삶과 생활양식에 대한 변화를 도모할 수 없었던, 단체활동속에서 담배를 피우다 끊기를 반복하다 담배를 끊었습니다. 이젠 담배와 절교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운동적 삶과 흡연은 결코 양립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담배산업이 환경과 평화를 저해하는 심각한 파괴자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담배를 보면 역겹기까지 합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담배를 피울 때 수많은 유해물질뿐만 아니라 방사능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그 미량의 방사능에 사람들은 어디서든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직접흡연이든 간접흡연이든간에 말입니다.
그렇게 담배를 끊고 나니, 이젠 간접흡연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을 해볼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담배를 피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원치않는 간접흡연을 강요해왔다는 것 자체에 대한 자기반성과 죄책감과 함께 말입니다.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던지는 학생
담배재를 털고 꽁초를 버리는 것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함부로 버린 담배꽁초는 쉽게 볼 수 있다
휴지통에 제대로 버리지도 못한다
담배필터 끝까지 태운 꽁초와 담배재, 그리고 누군가의 타액이 휴지통을 더럽힌다
그래서 요즘엔 제 주위의 흡연자들에게, 보기만 하면 담배를 끊으라고 강요합니다. 담배의 유해성은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본인도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이 습관이 되어 쉽게 떨쳐버릴 수가 없다는 것도 잘 알지만, 끊으라고 끊으라고 합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지켜달라고 그리고 배려하라고 말입니다. 헌데 그렇게 큰 효과는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어머니 같다'라는 소리와 '흡연도 하나의 기호이고 권리이다'란 말만 듣고 있습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담배와 절교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들에게 말입니다.
얼마전 벨기에서서는 '담배를 피우면 이렇게 된다'는 섬뜩한 사진으로 포장한 담뱃갑을 선보였다고 한다. 반면에 우리의 경고문구는 너무나 친절하고 상냥하다. 괜한 반발심을 불러일으켜 담배를 더 태우게 만든다?
아무튼 담배와의 절교를 강하게 권하고 있는 요즘, 깜짝 놀랄 만한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얼마전부터 새롭게 일하게 된 대학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학생들을 위한 잡지라는 것을 우연히 들춰보다가 다름아닌 담배광고가 버젓이 그것도 2면 전면광고로 요란하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잡지는 제가 대학교를 다니던 그 때에도 볼 수 있는 무가지 성격의 잡지였는데, 그 속에는 온갖 광고들로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 담배광고가 유독 눈에 띈 것은 다름아니라, 대학생들의 눈높이와 취향에 맞춰 기획된 이 잡지 성격 때문이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새로나온 담배를 권하는 담배광고까지 실어놓고 학생들에게 흡연을 권하고 있는지 정말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괜찮다고 생각 하는건지? 학생들의 건강과 삶을 해친다는 그 경고문구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발행자가 담배 애호가일지도 모른다는 황당한 생각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대학교내에서 쉽게 얻어 볼 수 있는 잡지
'이봐! 학생들, 새로운 맛의 담배가 나왔으니 피워봐'라고 유혹하는 2면 전면 담배광고
이제 긴 겨울이 지나고 따사로운 봄이 찾아오면, 대학교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새내기 대학생들이 들어올 것입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고등학교 시절 자유롭지 못한 신분적 제약 때문에 해보지 못한 금기사항 중 하나인, 담배를 피우게 될 것입니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대학생이 되면 피우라던 고등학교 선생님의 무책임한 말을 떠올리면서 말입니다.
그럴 때 함께 담배를 피우지 말자고 이야기 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그게 동기, 선배이든 교수이든 아마 그 새내기 친구는 한번쯤 담배와 친구되기를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까 합니다. 대학생들이 보는 잡지에 저런 담배광고가 실리지 않게 하는 것도 새내기 친구들이 담배와 친하게 지내지 못하게 하는 길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제 그 일을 누군가가 해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 흔한 금연교육이라도 말입니다.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금연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고민해 보자는 것입니다. 건강하게 학생시절을 보내기 위해 그리고 비흡연 학생과 연대하기 위해서라도 담배와 절교하기, 아니 친구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언젠 담배 피우지 말라더니, 이젠 담배광고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 아참! 담배와 관련된 통계와 보고서 내용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해 드릴게요. 전세계 흡연자가 얼마나 되는지 아시나요? 무려 11억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 중 5억 명 이상이 담배로 인해 사망할 것이라고 세계보건기구(WHO)은 밝힌바 있고요. WHO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남자는 세계인구의 47%, 여자는 12%가 담배를 피우고 있으며 매년 350만 명이 흡연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집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0년에는 흡연자 비율이 전체의 12%를 넘어서서 매년 1000만 명이 희생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AIDS, 결핵, 교통사고, 자살, 분쟁학살 등에 의한 사망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치라고 하네요. ㅡㅡ::
그리고 한국금연연구소의 2004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의 흡연율이 일본의 대학생 보다 배 가까이 높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흡연율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또한 10명 중 7명이 담배를 마약이 아닌 단순 기호품으로 여기고 있는데다 대부분이 금연교육을 받은 적이 없으며, 학교 내 금연구역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고, 남자 대학생의 흡연율은 평균 64%, 여학생은 21.5%나 된다고 합니다.
* 흡연자들 중에는 '담배를 피우면 국내 담배농가에 도움이 된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사실 담배농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면, 담배로 건강을 해치는 사람들이 더 나타나지 않게 담배를 재배하는 농민들이 농작물로 수익을 낼 수 있게 전환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담배회사들이 퍼붓는 광고비만으로도 충분할 듯 합니다. 미국 담배회사들이 1년 광고비로 사용하는 돈은 약 5조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KT&G(전 담배인삼공사)도 꽤 많은 광고비를 사용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참 KT&G는 이제 국영기업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구조조정이다 머다 해서 외국자본에 넘어간지 오래 전입니다. 담배를 피우면 피울수록 그 돈은 다 외국투기자본에게 넘어가는 꼴이지요.
그래서 요즘 한미FTA, 이라크 자이툰부대 철군과 전쟁에 반대하는 젊은이들 중 담배를 피우는 이들과 거리에서 만나면 정말 안타깝기만 합니다. 자신이 태우는 담배가 결국 자신이 외치는 구호와 생각들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보이는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한 때 그랬지만, 그 사실을 알고는 담배와 절교하게 되었습니다. 신자유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젊은이라면, 이제 담배부터 끊어주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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