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눈치보다 연봉이 우선

 

직장 없어도 연봉 적다면 노크 ‘NO’, 연령·자격 까다로워도 ‘NO’
연봉높고 자격 무난하다면 1시간 대기해도 ‘이곳 아니면 지원 안 해’


 [◀ 채용박람회에 참가한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 한 기업체 부스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이날 열린 채용박람회에서는 유독 몇몇 기업들의 인기가 높았다.]



지난 12일 동천체육관에서는 ‘2007 울산 채용박람회 - Job Go~’가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채용박람회는 현대중공업(주), 성진지오텍(주) 등 지역 우수기업 60개 사가 채용부스를 마련, 우수인재 채용에 나섰으며, 그외 140여개 사는 채용공고 게시를 통해 필요인력을 모집하는 간접방식으로 참여했다.(직접 60개사 360명, 간접 140개사 367명)
이날 열린 채용박람회에서는 특히 졸업을 앞둔 대학생 을 비롯해 젊은 구직자들이 많이 방문해 ▷직업심리검사, MBTI검사 ▷ 이력서, 자기소개서 클리닉 ▷ 메이크업, 헤어 시연 등 부대행사의 참여도가 특히 높았다.
울산종합고용지원센터 김훈태 소장은 “이번 채용박람회 행사가 경기전망 불투명으로 노동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개최되는 만큼 행사규모와 부대행사를 더욱 다채롭게 꾸몄다”며 “구인을 원하는 기업체와 구직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3시간 동안 열린 이번 박람회는 여러 우수기업의 참여와 대규모 채용으로 많은 구직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몇몇 구인을 원하는 기업체는 적은 연봉과 까다로운 입사조건에 구직자들의 발길을 붙잡지 못한 기업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하반기 구인 기업체가 많은 요즘, 심심찮게 들려오는 말이 바로 ‘눈높이를 낮추라’는 것이다. 이 말처럼 아직 구직자들에겐 생각하는 만큼의 조건이 되지 않으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조건이 좋은 기업체에는 단 3시간 주어진 시간에 줄서는 시간만 1시간을 투자할 정도로 열의를 띄어,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업체들은 또다시 시간만 허비한 꼴이 되었다.

▶ 어디에 몰렸나
직접 채용에 나선 기업체 부스에는 그야말로 구직자들의 발길이 대조를 보여 길게 늘어선 곳이 있는가 하면 빈 의자만 덩그러니 놓인 곳도 상당수 보였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모인 부스번호 40번 이후로는 그 차이가 확연했다. 연봉 3천만원에 초대졸, 27~35세를 조건으로 내세운 한 기업체 부스에는 면접관이 물 한 모금 마실 사이도 없을 만큼 구직자들의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러나 연봉 1천 400만원에 캐드 경력자를 모집하는 한 부스엔 찾는 구직자들이 거의 없어 준비한 4개나 놓인 의자가 민망할 정도였다.
편집디자인과 인쇄기조작 분야에서 인원을 채용하기 위해 참여한 울산지도센터. 이 기업체 역시 연령과 학력 상관없이 모집에 나섰지만 3시간 동안 단 3명의 지원자가 있었을 뿐 구직자들의 발길이 거의 없었다. 면접관으로 나선 임용걸 관리부장은 “아마 캐드를 다뤄야 하는 전문분야이면서도 연봉이 지원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낮게 책정한 것 같다”며 “구직자들이 아직은 회사의 비전이나 자기 발전을 논하기 보다 우선 연봉에 더 치중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기업체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연봉을 인상해 구인에 나서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인기없는 기업체 중에서는 3시간도 다 채우지 못하고 부스를 일찍 철수하는 곳도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지원자가 없어 무작정 시간을 보내느니 회사로 돌아간다는 것. 박람회 한 관계자는 “1시간 좀 넘어 부스를 닫는 곳은 사람을 채용했다기 보다는 지원자가 없어 구인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반면 3시간 동안 줄이 끊이지 않은 곳도 몇 곳 눈에 띄었다. J 기업이 내세운 조건은 ‘총무사무분야, 연봉 2천, 27-32세, 고졸’. 이 기업체에 지원한 김 모(28. 여)씨는 1시간 가량 기다린 후에야 면접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무엇보다도 급여와 나이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해 지원하게 됐다”며 “기업마다 내세운 조건이 같다면 구직자들이야 연봉이 높은 쪽에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산직 경력자를 모집하는 H 기업이 내세운 조건은 ‘연봉 4천, 30-45세, 학력 무관’. 이 부스 역시 3시간 동안 쉼 없이 면접이 진행되었다. 또 다른 H기업 역시 연봉 4천을 내세워 많은 구직자들을 끌어들였는데, 이곳에 지원한 박 모씨는 “수십 군데의 기업체 중 내가 원하는 일 중에서 연봉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나이제한을 두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려 다른 곳을 포기하더라도 면접을 보게 됐다”고 지원하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물론 자기 전공분야를 살려 원하는 기업에 지원하는 구직자들도 상당수 보였지만 그래도 아직은 백수라는 꼬리표를 떼기에 적은 연봉은 못 미치는 것으로 보였다.

▶ 창업부스도 ‘북적’
울산소상공인센터에서는 창업관련 상담부스를 열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찾는 사람이 거의 없을 거라는 상담위원의 예상을 깨고 많은 젊은이들이 찾았다. 이상민 상담위원은 “젊은 사람들이 창업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 많이 놀랐다”며 “부스를 찾는 상당수가 단순상담으로 창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취업이 안돼 창업을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 취재/사진 : 성두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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