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도 이제는 문화마케팅 시대
사람들은 화장실이 생리적인 현상만을 해결하기 위한 장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외출 후 자신의 몸 상태를 중간점검하는 장소로, 심지어 약속장소나 그 건물의 명물로 화장실을 꼽는 경우도 있다.
공중화장실의 경우도 그 이미지가 외진 곳에서 냄새를 풀풀 풍기던 모습이 아닌 화려한 모양과 색상으로 커피숍같은 분위기마저 들게 할 정도로 변화하고 있다.
화장실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의 도움으로 화장실이 어떠한 모습으로 시민에게 다가가고 있는지 알아봤다.
<사진설명1 : 좌측상단-7회 대상 ‘서대전역’ 파우더룸, 우측상단-경기도 염원 화장실, 하단-8회 대상 ‘옥계 휴게소’ 야경>
<사진설명2 : 좌측상단 선암수변공원 공중화장실, 우측상단-문수체육공원 공중화장실, 하단-북구 정자동 솔밭화장실>
문화 이미지의 점정(點睛) 화장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정장 사이로 지저분한 속옷이 비친다면 결코 그 사람을 깨끗한 사람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음식점이라면 속옷의 역할을 화장실이 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맛집 선정 시 그 집의 맛과 분위기를 체크하는 것은 기본, 이제는 고객서비스까지 따지면서 이를 체크할 수 있는 것들 중 하나로 화장실이 꼽힌다.
한 음식점 손님의 입장이 아닌 한 도시를 방문한 관광객의 입장이라면 해당 도시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 중 하나로 화장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각 지자체에서는 각종 기념일이나 명절 때가 되면 관공서나 공원 등 관광객이 많은 찾는 장소에는 특별한 날을 정해 공중화장실 특별 점검을 실시하기도 한다.
이처럼 화장실이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하는 공간을 넘어 맛집 평가에서, 그리고 한 도시의 이미지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화장실이 중요 항목으로 꼽히고 있다.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이하 문시협)에 따르면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높아진 시민의식과 국가 이미지 정착·발전을 위해 청결운동의 일환으로 아름다운 화장실 운동을 실시하면서부터 시민들의 의식에서 화장실도 문화공간의 한 요소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또 다른 화장실 관련 단체인 한국화장실협회에서는 90년대까지 굵직굵직한 사회적 과제에 밀려 있던 한국의 복지수준이 2000년대 들어 관심분야가 다양해지고 ‘삶의 질’ 즉, 복지가 제1의 명제가 되면서 웰빙이나 친환경 등이 강조됐고, 이중 화장실도 삶의 질에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두 단체의 화장실에 대한 평가에서 나타나듯이 시민들에게 화장실은 더이상 생리적인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던 공간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 대표적인 장소로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 수 있다. 장시간 운전의 피로함, 배고픔같은 욕구 외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차를 정차하는 곳인 만큼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은 일반 공중화장실보다는 더욱 청결하고 분위기가 한층 밝다. 이는 문시협에서 10회째 시행하고 있는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시상식에서 9회까지 선정된 화장실 중 단연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이 많이 수상했다는 사실에서도 나타난다. 각계의 전문가가 참여해 서류심사, 현장방문 등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선정되는 만큼 여기에서 수상한 화장실을 살펴보면 지금의 화장실이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 발전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볼일은 봤는데… 볼 일이 남았다
한일월드컵이 이룬 또 하나의 꿈
한일월드컵 공동개최가 결정되던 1997년, 상대국가에 뒤지지 않는 문화월드컵을 치뤄내기 위해 문시협에서부터 아름다운 화장실운동은 시작됐다. 1999년 제1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고속도로 휴게소가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입주업체의 영업이 활성화되자 아름다운 화장실 운동은 점차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를 중심으로 확산되어 갔으며, 지자체에서는 수원시가 처음으로 아름다운 화장실 운동에 동참하면서 사회전반으로 확대되어갔다.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 분야도 다양해져 철도 및 지하철역, 그리고 학교, 주요소, 편의점, 국가시설관리공단, 유명업소 등에도 변화가 일어났고 올해는 군부대 화장실까지 동참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분야 외 시설면에서도 변화가 일어나 공중화장실 설치나 리모델링 시 장애우나 임산부,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시설을 우선 고려하여 설치하는 화장실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를 이번달 30일까지 문시협에서 진행하고 있다.
자연과 어우러짐
지난해 치러진 ‘제9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행사에는 전국에서 127건의 화장실이 응모했다. 시설(특히 법률의 적합성), 유지관리, 설계 및 디자인, 환경 그리고 창의성 등 5개 부문으로 분류하여 평가되며 현장실사를 거친 결과, 대상은 ‘덕평자연휴게소 화장실’이 차지했다. 수상의 주된 이유는 화장실을 포함한 전체건물의 형태가 자연친화적으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조의현 심사위원장은 심사평에서 “화장실을 중심으로 장식하고 있는 정원이 여행에 지친 이용자들을 푸근하게 맞아주고 있으며, 각종 화장실 기기의 배치가 이용자 위주로 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세면, 소변, 대변을 위한 공간이 각각 분리 설치되어 일시에 붐비게 되는 휴게소 화장실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으로 자원절약에도 앞장서고 있으며, 각종 급배기 등 눈에 직접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는 화장실”이라 평했다. 8회 대상 옥계휴게소 역시 밖으로는 동해바다 절경과 잘 어우러지고 내부도 자연채광이 들어오게 해 친환경적인 화장실로 디자인된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변화된 시설 인테리어
낯선 곳에 방문을 했을 때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못찾아 고생한 기억은 누구나 한번씩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눈에 잘 띄는데도 화장실인지 몰라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설마 저 건물이 화장실이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설 한 가운데에 이색적인 모양으로 디자인 된 건물로 지어져 있기 때문이다. 축구공 모양으로 된 경기도 염원화장실이나 울산 남구 선암수변공원에 있는 배 모양의 화장실처럼 팻말이 없다면 한눈에 화장실임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예쁘게 디자인돼 있다. 특히 바닷가에 위치한 공중화장실이 배 모양을 많이 이루고 있으며, 공원같은 곳에서는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모양으로 설치돼 있다.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 시설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화장실이 따로 설치돼 있는가 하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위해 거울의 각도를 기울이거나 세면대, 지지대 등을 낮게 설치하는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도 시설적인 면에서 많이 증가했다. 또 어린이 전용 변기와 세면대, 기저귀를 갈수 있도록 한 기저귀갈이대, 여성들을 위한 전용 파우더룸 등장처럼 편의시설 설치가 증가하고 있다.
꿈틀대는 울산의 공중화장실
울산에서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에 선정된 화장실은 1999년 제1회 때 최우수상을 차지한 현대백화점 울산점과 언양 하 휴게소가 특별상을 차지한 것이 전부다. 올해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공모전에도 아직 출품된 화장실은 없다. 하지만 수상을 하지 않았고 출품된 화장실이 없다고 해서 울산에 주목할 만한 화장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행정자치부가 주관한 ‘2007 공중화장실 조성사업 시책추진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울주군은 시상금으로 받은 1억 5천만원을 간월산과 배내골 공중화장실을 리모델링했다. 이 두 곳의 특징은 화장실에 사람이 들어서면 클래식 음악이 센서의 감지에 의해 흘러나온다는 것. 울주군 관계자는 “계속해서 관내 오래된 화장실을 연차적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라며 “올해는 간절곶 공중화장실도 센서를 이용한 음향기기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울산시 역시 울산 시민의 문화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로 공중화장실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월드컵, 전국체전 등 굵직한 행사 전에는 항상 공중화장실 특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또 선암수변공원의 공중화장실처럼 최근 지어지는 공중 화장실의 외관 디자인에도 점차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다.
울산대학교 앞 NOA 커피숍의 화장실이 타일마다 주인의 그림이나 문구가 새겨져 있어 이색적인 화장실로 소개된 블로그 기사나 삼산동의 한 일식전문점이 맛과 함께 화장실로도 유명세를 타는 일, 외국의 투명유리로 된 화장실이 방송에 소개되는 등 화장실을 이용한 마케팅도 증가하고 있다. 청결은 기본이며 독특한 인테리어는 필수, 그리고 설치 및 리모델링 시 이색 아이디어를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이제 화장실은 음식점에서든 공원에서든 그 속의 작은 또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인식된다. 화장실을 약속장소로 정하고, 화장실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화장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일이 증가하면서 공중화장실은 예쁘고 편안하며 실용적인 공간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
2002 한일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문화시민의식을 함양하여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국위를 선양하고자 1997년 6월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설립 당시에는 한일 월드컵을 대비해 ‘월드컵문화시민협의회’로 발족했으며, 이후 2004년부터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이하 문시협)로 공식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문시협은 설립 후 친절운동, 청결운동, 질서운동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여 성공적 월드컵 개최의 주역으로 평가받는 등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후 높아진 시민의식 수준 및 국가 이미지의 정착 및 발전시키기 위해 그간 중점적으로 추진하였던 ‘친절·질서·청결’의 실천덕목에 ‘정직·인간존중’의 실천과제를 추가하여 시민운동을 심화, 확산시키고 있다.
더불어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의식변화를 이끌어 내는 인성교육의 핵심 단위인 ‘가정의 역할’에 초점을 두고 가정을 바탕으로 한 문화시민운동을 집중 전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문시협의 주요 활동은 크게 친절운동, 질서운동, 청결운동, 문화시민교육 등 네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친절운동으로는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인사하기, 밝은 미소 캠페인 등이 있으며, 질서운동은 한줄로 서기, 에스컬레이터 바로타기, 경기장 질서 확립같은 공중도덕 관련 활동이 있다. 문화시민교육은 교통·관광·숙박·요식업 등 서비스 직종 뿐만 아니라 사회단체,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육으로 매너, 에티켓, 직업윤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협의회는 현재까지 약 3000만 명을 대상으로 6500여회의 교육을 실시했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화장실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청결운동이 있다. 청결의 일환으로 99년부터 매년 전국의 아름다운 화장실을 공모하여 시상하는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을 비롯해 아름다운 화장실 전국 순회 사진전시회, 공중화장실 설계공모전, 개방화장실 운동 등으로 체계적인 ‘화장실문화 수준 높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열린 화장실 운동에는 전국적으로 6500여 개 화장실이 모든 시민을 위해 문을 열어두고 있으며, 전국 250여개 청결봉사대에서 약 5만 5천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아름다운 화장실의 유지와 확산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 취재/사진 : 성두흔 기자
□ 취재협조 :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www.bkm.or.kr, 02-784-2921)
'읽어보아요 > 세상따라 글따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성 취업창업 박람회 개최 (0) | 2008.09.23 |
---|---|
울산 전어 낚시 (0) | 2008.09.23 |
신불산서 전국등산대회 개최 (0) | 2008.09.16 |
북구 약수 자전거 도로 (0) | 2008.09.09 |
2500km 울트라마라톤 (0) | 2008.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