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할 수록 찾는 발길은 더 뜨거워진다 웅장함을 자랑하는 주왕산

 

 

산을 오르지 않아도 등산이다

많은 이들이 여름휴가 때가 되면 산이나 바다로 떠난다. 지금 회사 분위기는 자신의 휴가기간에 맞춰 친구,

가족들과 최종 일정을 협의하느라 파티션안에 또 하나의 파티션을 세우고 일하는 직장인들로 어수선하다.

혹시 모를 불의의(?) 불참자를 끌어들이느라 고생하는 사람, 떠나는 날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비상연락망을

총 동원, 최상의 휴가 시나리오를 짜는 사람 등 저마다 상사 눈치를 보며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하지만 집에서 '쿡'하는 것이 돈도 벌고 몸도 편하다고 생각하지만 주위의 업무 외 업무(?)로 골머리를 싸매는

동료들을 볼라치면 왠지 모를 억울함이 들기도 한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간관계가 나빠 같이 놀러갈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휴가기간에 집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각종 의구심을 동료들에게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래 까짓거 나도 한번 떠나보자'라고 생각했다면 버스는 이미 떠났다. 한 달 전부터 부지런히 휴가계획을 짠 사람들은 주

위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애인없는 절세미녀나 조각미남이 끼지 않는 한 전우애가 아닌 휴가애(?)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같이 갈 사람을 찾기가 상당히 힘든 시기다. 결국 집에 있는 것이 오히려 혼자

떠나는 것보다 더 좋다는 결론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래도 포기하지 마라. 자책도 하지 마라. 휴가는 쉬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대부분 휴가기간이 끝나면 업무 적응에 하루나

이틀을 소비한다. 즉 쉬라고 준 휴가를 쉬지 않고 보냈다는 말이다. 1년에 단 한 번의 기회다. 무조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게임 케릭터의 레벨 업을 게임방에서 밤새도록 해도 되고, 휴가기간의 절반을 먹고 자고 싸는 일로 태초의 삶의

방식으로 돌아가도 된다. 하지만 집에만 있으며 쉬라는 의미에서 자판을 두들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혼자지만 혼자여서 좋은

여행을 안내하기 위함이다. 그 첫번째로 주왕산 홀로 등산하기를 소개한다.

 

홀로가는 여정

차가 있고 내비게이션이 있다면 굳이 찾아가는 길을 걱정하지 않는다. 단지 얼마나 걸리는 지가 걱정이다. 나는 울산에 살고 있어

울산을 기준으로 주왕산까지는 2시간에서 2시간 30분 가량이 걸린다. 60~100km 남짓으로 달려 도달하는 시간이다. 자신의 차가

시속 2백 3백 킬로로 달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시간을 줄이기는 힘들다. 고속도로로 가는 거리는 울산에서 경주까지며, 나머

지는 국도로 달리기 때문이다.

'과연 이 길이 그 유명한 주왕산으로 가는 거 맞아?'라고 의구심이 들 정도로 좁은 길도 있고, 구불구불 산길을 오랫동안 달리기

때문에 스포츠카라도 30분이상 소요시간을 줄이기는 힘들다. 혼자가는 여행, 뭐 굳이 빨리 갈 필요도 없지만 말이다.

 

난 뒷짐 지고 등산한다

주왕산 등산은 가파른 언덕으로 가는 난코스도 있지만 산보하듯 뒷짐지고 걸을 수 있는 코스도 있다. 때문에 등산이라고 벌써부터

컴퓨터 창을 닫을 필요는 없다. 뒷짐 지고 평지 같은 길을 걷는다고 볼거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산행에서의 재미, 폭포도 2개나

만날 수 있으며, 정상에서 먹는 술을 먹지 못하는가 걱정하는 이들을 위해 산행 입구에서부터

막걸리며 파전을 팔기도 한다. 산을 오르지 않는다고 웅장함을 보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얼마 걷지 않아 급수대에 이르면 자신이 이제껏 보아왔던 그 어떤 바위보다도 아찔하고도 웅장한 모습을 보게 된다. 그래도 평지

같은 등산은 쭈욱 계속된다.

서두가 많이 길었다. 일단 주왕산 사진을 보며 바로 결론에 도달해보자.

 

주왕산은 제작년 정비작업을 마쳤다. 때문에 등산로로 가는 길의 대부분이 포장되어 있어 걷는데 불편이 없다.

이곳의 대부분의 상가는 막걸리와 파전 등 등산길이면 으레 있는 것들과

지역 특산물 등을 팔고 있다.

우측의 사진은 청송이 사과로 유명해 버스정류장, 가로등 등 곳곳의 조형물에 사과 이미지를 넣었다.

 

 

2년 전에 왔다면 새로 길이 포장된 것에 많이들 놀란다. 우측에는 상가를 지나쳐 걷다보면 멀리 보이는 주왕산 바위이다.  

 

 

이곳 상가를 지나다보면 두 집 걸러 한 집에 분수가 있다. 많기도 하거니와 집집마다 다양한

종류의 분수로 등산객들을 유혹한다. 우측사진은 급수대로 작게 사진으로 보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웅장한 바위다. 바로 밑에서 올려다보면 뒤로 넘어지거나 그 웅장함에 감탄을 하게 된다.

 

 

 

주왕산의 등산로는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평지이다. 평지를 걸으면서 산림욕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우측사진은 제1폭포 입구이다. 큰 바위 사이로 길이 나 있어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하산길에 잠깐 들러 동동주를 먹었다. 머루주도 있고 다양한

술이 등산객을 유혹한다. 특이한 점은 먹다보면 주인아주머님이 2층이나 별관에 숙박을 할 수 있

으니 자고 가라고 유혹도 한다는 것이다. 술집같기도 민박집 같기도 하다. 인심은 정말 좋다.

 

 

아무쪼록 주왕산은 복잡한 일을 잊기에 그만이다. 웅장함에 자신이 사소한 일로 고민하며 힘들어했던 것에대해 후회도 하고

운동같지 않은 운동이지만 땀도 제법 난다.

아~ 그리고 주왕산을 2년전 방문을 한 사람이라면 이것만은 기억하자. 3폭포를 지나 막거리 집에 이르러 막걸리 한 잔 하고

되돌아 온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 집에서 돌아올 생각이었으나 2년전 정비사업을 하면서 폐교와 막걸리 집은 아쉽게도

철거되어 그것을 알리는 표지판만 한쪽 가장자리에 세워져 있다.

 

혼자하는 여행, 신나지는 않겠지만 주왕산은 수다만큼 많은 말을 보면서 들을 수 있는 곳임은 분명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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