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운기 소리만 ‘타타타탕’
밤새 내린 비가 논밭의 흙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때를 놓칠 새라 최수길(68)·박복순(70) 부부는 이른 아침부터 경운기에 올랐다. 오늘은 불어난 개울물을 통에 담아 산 중턱 밭으로 옮길 예정이다.
개울가에 도착해 부인은 경운기 뒤로, 남편은 개울가로. 이내 호수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고 부인은 그저 통을 바라본다. 물이 다 찬 듯 부인은 남편을 향해 손을 든다. 남편은 부인의 손동작에 펌프의 전원을 내리고 경운기에 다시 오른다. 모든 과정은 말 한 마디 없이 부인의 손짓 한번에 끝난다. 한 번의 동작이 수십 마디 말을 축약한 듯하다.
농사꾼의 한 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들 부부 역시 논밭 구석구석에 발도장 땀도장 찍으며 풍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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