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얼음배달 겨울엔 연탄배달

 

- 덕신 얼음연탄직매소 황경택 대표 -

 

 

 

 

 

가을비가 내리던 지난 29일, 2대째 덕신 얼음연탄직매소(052-238-2455)를 맡아 연탄배달을 하고 있는 황경택(63) 씨는 비가 그친 점심 무렵부터 일을 시작하는가 싶더니 금새 하루 일과를 끝내버린다. 오늘 그의 배달 물량은 가정집 단 한 곳에서 배달한 연탄 300장이 전부다. 아직 경주 연탄공장에 들러 한 차 가득 실어 온 700장에서 400장이 남은 것이다. 
“지금 연탄값은 올봄에 올라서 450원이거든. 한 장 배달에 100원 가까이 남으니깐 한 3만원 벌었지. 하지만 기름값 제하면 거의 본전이나 다름없어.”
울산에는 연탄공장이 없다. 때문에 매번 경주까지 올라가 연탄을 실어와야 하는 일은 그의 몫이다. 그가 돈을 받자 기름값부터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담배 한 대 피워물며 그의 하소연이 시작될 무렵 부인에게서 전화가 온다. 또 다른 장소에서 연탄 300장 주문이 들어온 것이다. 
그가 향하는 곳은 덕신리에 위치한 한 고기집. 난방용 연탄을 배달하는 것이다. 그는 “난방용으로 기름을 사용하면 한 달에 50만 원 가량 드는데 연탄난로를 사용하면 비용이 3분의 1도 채 되지 않아 요즘 연탄난로를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음식점이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주문이 300장이니깐 한 수레에 32개 씩, 10번을 왕복해야 하는데 한번 한번이 고역이다. 울퉁불퉁한 인도길을 지나 건물 사이 좁다란 통로를 지나고 작은 경사 한번 오르니 더이상 수레가 들어갈 수 없는 창고가 나온다. 다시 연탄집게를 들고 4개씩 8번을 날라야 한번이다. 지루하고 긴 시간이지만 매사 조심조심 한발을 내디딘다. 자칫 연탄이 굴러 떨어지기라도 하면 가게안이 온통 검은색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배달시간보다 운전시간 더 많아
1시간 가량 왕복해야 일이 끝나지만 그에겐 결코 지루한 시간이 아니다. 연탄 사용자가 줄어 구역이 예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경주에서 울산오는 길부터 덕신, 양산, 부산 근방까지 혼자서 연탄을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2시간 운전하고 1시간 배달하는 것은 예사다. 옛날처럼 달동네도 거의 없을 뿐더러 한 동네 건너 한 집이 연탄을 사용하기에 배달시간보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때문에 초기에는 연탄을 나르면서 깨는 연탄보다 운전하면서 요철이나 패인 도로 때문에 깨먹는 연탄수가 더 많았다고 한다.
그는 “요철에 속도를 제때 못줄이면 한번 덜컹에 연탄 40개가 깨지지. 두번이면 80여개니깐 울산으로 돌아오다 도로 경주로 연탄가지러 가야돼. 이제는 한 장도 안 깨지고 울산까지 가져오는 베테랑 운전수야”라며 선한 웃음을 보인다.

 

 

이제는 내 평생직업이지
그의 젊은 시절 직업은 선원이었다. 하지만 80년대 오일쇼크로 배에서 내린 그는 모은 돈으로 사업을 시작했었다. 하지만 배만 탓던 그는 사업에 실패를 하고 그때부터 20년 넘게 이 일을 하고 있다.
“연탄값이 180원 정도부터 시작해서 20년이 넘게 배달하면서 느낀 건 연탄만큼 정직한게 없다라는 거야. 배달한 개수만큼 정직하게 돈을 벌 수 있거든. 남 등 따시게 해주고 내 등 따시고 얼마나 좋은 직업이야. 한 겨울이 되면 하루 2000개를 배달할 정도로 바빠져 가족들이 총 동원되지만 지금같은 불경기에 바쁜 것이 오히려 행복한 게 아니겠어”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엔 따뜻하게
그는 여름에는 얼음배달을 한다. 한창 더울 때는 시원함을 배달하고 한창 추울 때는 따뜻함을 배달하는 것이다.
계절에 맞는 직업이라 벌이도 쏠쏠할 것 같지만 정반대다. 여름에는 얼음을 파는 곳이 넘쳐나서 힘들고 겨울에는 연탄파는 곳이 너무 없기 때문에 여름과 겨울에서 상반된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도 그는 더위에 지쳐 있다 자신을 보고 반기는 모습이나 추위에 걱정하다 자신이 놓고가는 연탄에 미소를 볼 때면 힘들어도 도저히 이 일에 손 뗄 자신이 없다고 한다.
기름보다 연탄이 더 따뜻해 아직도 연탄보일러를  쓴다는 그는 우리집 연탄은 떨어질 걱정이 없어 행복하다는 말로 오늘 하루 일과를 마친다.

□ 취재/사진 : 성두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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