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본가 뒷고기
“가맹비 같은 것은 안 받아요. 받을 필요도 없고, 받을 이유도 없어요. 김해본가뒷고기 집이 늘어나면 그만큼 고기를 더 많이 팔 수 있어 좋지요.”
전국 200백 곳이 넘는 김해본가뒷고기 창업을 도와주고도 체인점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맹비 같은 것은 전혀 받지 않는다는 본가유통의 정기순 대표. 단지 ‘나는 고기를 파는 사람입니다’라고만 말한다.
17년 전 남구 야음동에 처음 김해본가뒷고기라는 간판을 걸고 장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많이 점포가 늘어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지금은 야음동의 본점을 올케에게 넘겨주고 그는 전국을 돌며 뒷고기 집 창업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녀 도움을 주며, 고기를 공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너무 순박해서일까 평범하게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그의 작은 가게는 이제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김해본가뒷고기 집의 본점이 되어버렸다.
전국 220여개 뒷고기 집의 출발점
남구 야음 사거리를 지나다 보면 촌스럽지만 눈에 확 띄는 ‘김해본가뒷고기라’는 간판이 내걸려있다. 화려한 네온사인이나 화려한 색을 사용하지도 않았지만 유독 눈에 잘 띈다.
정 대표는 “17년 전 딸이 디자인 한 거다”며 “요즘은 예쁜 글자체를 사용해 화려하고 눈에 떠 잘 띄게 디자인 된 간판도 많지만 지금의 이 간판이 나에게는 그 어느 간판보다도 예쁘고 화려하다”고 말한다.
왠지 본점같지 않게 작고 아담한 곳이지만 이곳을 거쳐만 사람만 해도 수천 아니 수만 명에 이를 정도다. 이제는 단골손님이 10년지기 친구보다도 더 오래되었을 정도로 단골이라기 보다는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돈도 많이 벌었을 텐데 더 크고 화려한 곳으로 점포를 옮길 생각은 없냐는 말에 그는 “이곳은 내가 출발한 곳이어서 누가 수억을 준다고 해고 이 땅을 팔지 않을 것”이라 잘라 말한다.
지금은 그와 함께 수년을 같이 해 온 올케가 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이제 그는 가게 운영보다는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을 전국으로 찾아다니며 도움을 주는 창업도우미가 되었다.
때문에 이곳에서 그를 자주 볼 수는 없지만 그의 올케의 수완도 좋아 그를 보러 오는 손님이 이젠 더 많을 정도다. 크지 않고 화려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고, 지갑이 가벼워도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아 편안하게 고기를 먹을 수 있어 하나둘 사람들이 늘어나 이제는 사랑방 역할까지 톡톡히 해낼 정도로 정겨운 곳이 됐다.
똑같은 간판을 달았지만 체인점이 아니에요.
구미에 살고 있는 라영선(45) 씨는 얼마전 김해본가뒷고기를 창업하기 위해 정 대표에게 연락을 했다. 라 씨는 김해본가뒷고기가 그의 예전 가게 바로 앞에 위치해 있었다고 한다. 이상하게 같은 고기집인데 유독 손님이 들끓어 한날은 작정하고 가게문을 닫고 뒷고기를 먹으러 갔다고 한다. 그의 사장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 라 씨는 의심가는 곳이 하나 있었다. 바로 가맹비를 받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그가 예전에 운영하던 체인점은 평당 계산으로 매월 일정금액을 수익금과 계산해 지불했었다.
하지만 이 점포를 운영하려면 특별히 드는 비용이 없다는 것이다. 300만원만 있으면 이곳에서 공급하는 고기를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있고, 운영의 노하우 등을 배울 수 있었다는 것에 크게 놀랐다고 한다. 물론 100% 의심없이 믿는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창업을 하기 위해 문의를 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사기가 아닌지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 한다. 라 씨는 “울산에 사는 친척에게 확인을 해 보라고 할 정도였다”며 “지금은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 의구심은 없지만 당시엔 돈 300만원도 어려운 형편이라 조심스러웠다”고 말한다.
물론 정 대표는 라 씨 같은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때문에 일일이 설명하는 일도 입에서 침이 마를 정도라고 한다. 이와 같은 경우가 아니고도 그간 지금까지 창업을 도와주면서 의심받은 경우는 한두 개가 아니다. 그만큼 17년 이라는 세월만큼이나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 적은 돈을 들여 이곳 야음동에서 세를 들어 시작한 가게가 이제는 전국 2백 곳이 넘는 점포를 내주었을 정도로 덩치가 커진 김해본가뒷고기.
오늘이 있기까지는 그의 독특한 운영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뒷고기의 뒷 이야기를 정 대표와 함께 나눠봤다.
전국 220개 점포! 성공 비결? 주인의식, 자부심, 친절, 성실
그가 처음 창업했을 때는 이처럼 크게 할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97년 IMF 당시 ‘이모 이모’라고 부르며 그의 가게에 자주 오던 한 청년이 회사에서 퇴직하게 되었고, 안쓰러운 마음에 ‘내 가게와 똑같은 것을 차려 돈좀 벌어라’고 말한 것이 227개 가맹점의 시작이 되었다. 두번째 역시 같은 회사 직원이었다. 명예퇴직 후 자신이 좋아하는 낚시점을 차렸고, 장사의 경험이 없었던 탓에 곧 폐업을 하게 됐다. 그 같은 소식을 듣고 술 먹으로 그의 가게에 찾아온 것이 가맹2호점이 된 것이다. 정 대표는 “단골들은 걸어들어올 때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알 정도였다. 당시 가맹점을 제안한 것도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뒷고기 장사는 부자가 되지는 않지만 먹고는 살 수 있다고 제안했고, 창업을 도와주게 되었다. 지금은 다들 고향으로 떠나 그곳에서 각 지역 본점으로 김해본가뒷고기의 이름을 내 대신 떨쳐주고 있어 오히려 고마운 이들이 되었다.”고 말한다.
부자가 되려 하지 마라
전국에 많은 가맹점이 있고, 창업준비자금도 많이 들지 않아 이 장사로 돈좀 벌어보겠다고 정 대표를 만난다면 백번을 찾아가도 창업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그는 여지껏 2백 곳이 넘는 곳을 도와줬지만 그의 손길을 거치지 않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을 정도로 그가 창업에는 모든 것을 도맡아 한다. 이러는 이유는 그가 17년간 가게를 운영하면서 겪은 노하우 등을 직접 전해주며 새로운 가맹점 사장들이 완전히 자리잡게끔 도와주려하기 때문이다. 그는 “뒷고기 집을 차리려는 사람들 중에 부자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 도움의 손길을 뻗을 때는 정말 돈이 없어 먹고 살기 위한 경우가 많았다. 단지 부자가 되기 위해서 노하우만 전수받으려 한다면 백번을 찾아와도 들을 수 없을 것이다.”고 말한다. 먹고 사는 방법을 가르치지 부자가 되는 방법은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부지런함으로 이어져 결국 손님을 기다리는 가게가 아닌 손님을 맞이하는 가게가 되게 하는 기본이 되는 것이다.
앉아있는 손님에게 신경써라
들어오고 나가는 것은 사람 마음이다. 물론 그의 가게 손님들도 맛이 좋아 오는 손님도 있지만 그냥 지나다 들어오는 손님도 있다. 일반 음식점 중에서는 들어오는 손님에게 밝은 미소로 인사하지만 이후엔 크게 신경쓰지 않는 곳이 더러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영업방식은 결국 손님을 내모는 것이라 그는 말한다. 들어오는 손님의 자리가 없어 앉아 있는 손님이 다 먹자마자 접시를 치워버리는 것, 결국 그 곳을 찾아오지 않게 하는 일인 것이다. 때문에 들어오는 손님이 밖에서 한참을 기다리더라도 먹고 있는 손님에게 열중하고 최선을 다해야 다시 이 가게를 다시 찾아준다는 것이다. 또한 개업선물을 준비하는 것도 하지 말라고 말한다. 고기의 맛과 서비스를 최고로 내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굳이 해야 직성이 풀린다면 라이터를 권한다. 돌고 도는 것이 라이터인지라 돌아다니는 홍보물이 되기 때문이다.
적게 먹는 사람에게 집중해라
어디서나 무슨 음식이나 잘 먹는 사람이 있다. 자리에 앉아 고기 5인분을 거뜬히 먹는 사람도 있고, 군말없이 우직하게 오랫동안 먹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2~3명이 2~3인분만 먹는 테이블도 있기 마련이다. 그는 이러한 테이블에 신경을 더 쓰라고 말한다. 물론 많이 먹으면 매출에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맛이 좋아 먹는 것도 있지만 원래 식성이 좋아 많이 먹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적게 먹는 사람들은 돈이 없어 작게 먹는 경우도 있지만 입맛이 까다로워 조금만 먹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더욱 집중하다보면 적게 먹더라도 다른 곳에서 홍보를 해준다는 것. 기존 창업자들에게는 이러한 영업방법이 거꾸로 돌아가는 방법일 수 있다. 그는 “이러한 방법을 가맹점 사장들에게 가르치다보니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며 “하지만 여지껏 이러한 방법이 17년간 해 온 방법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이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6개월 안에 승부를 봐라
얼마전 경북 김천에서도 김해본가뒷고기가 생겼다. 연말인 탓일까 대박이라는 것이 터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때를 조심하라고 말한다. 이는 소위 ‘개업발’인 것이지 맛이 좋아서, 친절해서 이 가게를 찾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때문에 그 역시도 김천 가맹점 사장에게 이같은 주의를 줬다고 한다. 그는 창업을 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에게 부자가 되지 말라는 것도 강조하지만 또하나 잘되든 안 되는 6개월이 지나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개업발이나 악재 등 여러 상황을 거치고 6개월 후의 수익이 차후 수익이 된다고 한다. 때문에 장사가 잘되어서 들뜨거나 혹은 장사가 안 되어서 후회 하거나 하지 말고 6개월 동안은 꾸준히 누가 뭐라고 해도 열심히 노력하라고 말한다. 정 대표 역시 6개월 간은 수시로 방문해 도움을 주며 자리를 잡게 도와준다고 한다.
좋은 상권보다 뒤를 노려라
그가 창업을 도와주기로 결심한 다음에는 예비창업주에게 가게의 적당한 위치를 알아오라고 한다. 그가 현장에 가서 그 위치에 적합한지 판단하기 위함인데 그가 현장에 가서 보는 것은 몇 가지가 있다. 이 가게를 지나다니는 유동인구, 그리고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대략적인 수를 파악하고 뒷고기에 맞는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다. 장소는 뒷고기라는 말 그대로 커다란 가게나 일등 상권을 찾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가게는 별다른 노력없이도 자리만으로 큰 이익을 누릴 수도 있다. 하지만 3, 4위 급의 상권을 찾는다. 이는 우선 창업주들이 전세금에 너무 투자를 하지 말라는 이유가 있다. 월 500을 벌어 전세금 2~300백 주고 나면 그만큼 순수익이 떨어진다. 때문에 위치도 적당하고 저렴한 전세를 찾는다. 그 다음은 그의 고기와 창업주의 노력 등 정 대표의 노하우가 전수되어 6개월 후에는 뒷고기를 위한 일등 상권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건 이래서 이렇게 된 거에요
양송이 버섯은 이렇게 해서 불판에 올랐다
처음 울산에서 창업을 한 후 장사가 잘 되어 보답하는 차원에서 정 대표는 새로운 밑반찬 거리를 찾아 농수산물시장에 들렀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새송이 버섯이나 표고버섯이 고기집에서는 인기여서 양송이 버섯은 버려지기가 부지기수였다 한다. 정 대표 역시 표고버섯을 처음에는 올렸다. 하지만 양송이 판매업자가 20kg 한 박스에 1500원에 준다는 말에 한번 사봤다고 한다. 하지만 맛은 별로. 구워서 먹으려고 불판에 올렸는데 꼭지가 있어 뗐더니 버섯물이 생기는 것이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마셨더니 역시나 맛이 별로. 다시 굵은 소금 한 개를 넣어 먹었더니 맛이 좋았다고 한다. 이후 손님들에게 양송이 버섯 먹는 법을 알려주고 몸에 좋다고 했더니 아주 잘 먹었다고 한다. 이제는 양송이 버섯이 예전 가격만큼 싸지는 않다. 서울에서도 이 양송이 버섯 먹는 법이 특이해 방송에서도 자주 나왔다고 하는데 그 시초가 싸서 사고, 몸에 좋다는 농담섞인 거짓말이 출발이 되었다.
2500원이 3000원이 된 이유
물론 세월이 지나고 물가가 올라 가격이 오른 것이 주된 이유다. 하지만 17년동안 1인분에 2500원을 유지했던 탓에 정 대표는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가 않았다고 한다. 2000년 들어 돼지 콜레라로 인해 돼지 파동이 생겼을 때에 조차도 고기를 구하느라 전국 농장을 돌아다녔지만 가격은 그대로 2500원이다. 하지만 그 여파가 컸던 탓일까 지난 2007년 초반 결국 500원 인상을 하게 됐다. 당시 돼지 파동으로 인해 고기 공급이 여의치가 않았을 때 그는 한 가지 방법을 찾았다. 바로 3년 이상 된 가게는 토·일요일에 쉬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한 것. 대신 3년 미만된 가게는 차질없이 공급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각 지역 대표들이 모여 협의한 끝에 이러한 정 대표의 제안이 받아들여졌고, 그 시절을 견뎌냈다. 돼지 농장에서는 이제 경매를 통해 고기를 공급하던 것에서 정 대표에게 반대로 입찰을 받아 고기를 공급할 정도로 입지도가 높아졌다. 때문에 유통과정이 없이 직접 공급할 수 있어 지금도 3000원이라는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 대표는 “돼지 파동 당시 각 지역 가맹주들이 힘을 모으지 않았다면 여전히 고기 공급에 힘이 들었을 것이고 지금의 이 가격은 더 뛰었을 것”이라 말한다.
□ 취재/사진 : 성두흔 기자
□ 문의 : 정기순 대표 010-3576-6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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