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돈은 어쩌고 ‘나 재테크 합니다?’

이론 아닌 실제 상담사례 들어 현실적 해결방안 제시
개인 소비습관 개선 않은 재테크, 밑빠진 독 물 붓기

 


지난 6일 근로자복지회관에서는 ‘부채 탈출 희망찾기 세미나, 우리집 재무건전성 진단하세요!’라는 캠페인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재무컨설팅 전문기업 포도에셋과 포털검색 NO.1 네이버가 사회연대은행과 함께 주관했으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지원으로 전국 순회 방식으로 열리고 있다.
이날 열린 세미나에서는 포도에셋 강남지점 하창룡 지점장과 포도에셋 이광구 이사, 그리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성진 변호사가 강사로 나서 올바른 부채관리법과 생생한 부채상담사례, 그리고 대출에 얽힌 각종 법률 문제 해결방법 등을 해당 전문가의 강의와 함께 참석자들의 질의 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강의 후 이날 참석한 사람들에게는 무료 재무컨설팅 상담도 이어져 부채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나 재무컨설팅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자리도 함께 마련됐다.
포도에셋 울산지점 임말택 지점장은 “최근 재테크다 뭐다 하며 많은 사람들이 돈 불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지만 정작 부채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은 투자보다는 당장 돈 갚기에 정신이 없다”며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상황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이번 캠페인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얻어 희망을 꿈꾸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이번 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했다. 부채에서 탈출, 많은 돈을 벌어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는데 필요한 것을 무엇일까. 포도에셋 강남지점 하창룡 지점장은 재테크를 버리라고 말한다. 물론 재테크를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자신의 재무건전성이 떨어진다면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이다. 이날 강의에서도 하 지점장은 사람들의 잘못된 생각을 고치고 자신을 먼저 돌아볼 것을 강조했다.
강의에 참석한 김성현(33. 자영업 종사자) 씨는 “돈이 부족해 내가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강의를 듣고 나니 나도 모르게 당연하게 지출하고 있는 돈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며 “이제부터라도 정확한 수입과 지출에 대해 먼저 파악해봐야겠다”고 말했다.

부채라는 것은?
월소득이 적다고 해서 빚을 지고 사는 것은 아니다. 한 가정의 월소득 합계가 1000만원 가량 되더라도 부채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소득에 상관없이 생기는 부채는 왜 생기는 것일까. 부채가 발생하는 이유는 필요자금(교육비, 내집마련, 결혼 등)보다 준비자금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채가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60년대 경제성장을 위해 외국에서 차관을 들여와 오늘날의 경제성장을 이룬 것처럼 부채도 현명한 부채와 어리석은 부채가 있다. 현명한 부채는 부채 발생시 자신의 예산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상환여력을 타진해 자신의 발전을 위해 부채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어리석은 부채는 자신의 상환여력을 고려하지 않고 순간적으로 아니면 자신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돈에 대한 아쉬움을 부채로 해결하지는 않는다.

어쩔 도리가 없어서?
최저생계비도 상회하지 못하는 절대적인 저소득이나 불의의 사고로 인한 소득의 단절과 그로인한 병원비 지출등의 경우다. 이중 절대적인 저소득이 아니라면 사전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자신의 탓으로 부채가 발생하게 된 경우다.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소득이 적어 재테크는 꿈도 꾸지 못하고 먹고 살기 힘들어 부채를 발생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적은 소득을 탓하기 전에 혹시 휴대폰 사용료가 어떤지, 에어컨, 자동차는 필수품으로 장만했는지 등 남들 하는 것 다 하면서 소득이 적어 부채 더미에 올라앉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자. 줄줄 새는 돈은 모른채 하고 혹시 소득탓만 하고 있지는 않는지 자신의 지출을 꼼꼼히 파악해 볼 일이다.

혼자서 감당할 수 있다?
처음 50만원의 현금서비스가 몇 천 만원의 빚더미로 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을 너무 믿는다는 것. 특히 신혼부부에게서 많이 일어나는데 결혼 전 부채가 결혼 후 큰 빚더미로 올라 앉는 경우가 있다. 부부가 서로의 소득과 지출에 대해 알고 있기에 남편(아내) 몰래 갚아가려다 오히려 부채를 불리게 된다. 43만원의 현금서비스를 하려다 귀찮아서 그냥 50만원 인출, 다음달 이자와 함께 52만원 인출하면 될 것을 55만원 인출, 능숙해진 현금서비스 돌려막기에 달인이 되어가며 무감각해지고 이후 몇 백만원에 이르면 드디어 제2, 제3 금융권을 이용, 결국 43만원이 4천 3백만원으로 부채를 늘기게 된다. 나는 안 그렇겠지 하겠지만 실제로 서울의 한 26세 여성에게서 일어났으며, 이 외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내가 더 잘 안다?
자산재무 설계를 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은 내 소득과 지출은 내가 더 잘 알기에 소득이 적은 사람은 물론 부채에 고생하는 사람들 역시 재무설계를 하더라도 뽀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포도에셋 강남지점 하창룡 지점장은 “소득이 적다고 하는 사람들도 자신도 모르게 새고 있는 돈이 얼마인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재테크를 생각하기 전에 우선 자신의 소비방식을 고치는 것이 오히려 재테크보다 큰 효과를 발휘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즉 자기 돈은 자기가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관리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일례로 자신의 월 소득을 만원 단위까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소득도 정확하지 않은데 하물며 지출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그만큼 돈에 관심이 많지만 정작 자신의 돈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돈에 대한 잘못된 생각
한 점포에 순수익이 250만원이니 두 개를 운영하면 500만원을 벌 수 있을 거란 생각과 맞벌이로 부인(혹은 남편)이 벌어들이는 수입이 부수입이 된다고 생각은 이론일 뿐 실제는 그렇지 않다. 실제 이 두 경우로 부채를 진 사례가 있다.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자영업자는 무리한 대출로 영업확장에는 성공하지만 확장된 곳에서 순수익이 250만원이 아닌 100만원이나 그 이하일 경우를 꼼꼼히 따지지 않는다. 맞벌이부부는 한 명이 더 번다는 생각에 서로를 믿게 된다. 남편은 ‘부인도 버는데 이정도는 지출이야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부인 역시 자신의 수입은 부수입으로 생각해 씀씀이가 커지게 된다. 맞벌이로 인한 잦은 외식과 내가 못 돌봐주니 학원에 더 오래 있게 해 생기는 교육비 등 한 명이 일을 함으로써 이전에 없는 비용은 생각지 않고 다만 월급명세서의 급여만 합쳐 생각하게 된다. 또 지출을 할 때는 월급의 최고 수준을 생각하고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저축에는 월급의 최저 수준을 생각해 망설이게 된다.

부채탈출에 소득을 올인하지 마라
하 지점장은 “부채에 벗어나기 위해선 자신의 소득을 빚 갚기에 투자해선 안 된다”며 “자신의 소비습관이 고쳐지지 않는 이상 월급명세서를 보더라도 모으는 것보다 빠져나갈 돈부터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상태에선 펀드나 각종 재테크로 수입을 창출하더라도 언제나 빚 갚기에 여념이 없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지출구조를 개선해 여윳돈을 찾아내고 동시에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조금씩 돈을 모아 대비를 해야할 것이다. 또한 부채란 자신을 부끄럽게 할 수는 있어도 숨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부채탈출의 첫 걸음이다.

다음 항목은 자산설계사들이 상담을 하면서 일반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거나 생각지 못해 자신의 돈이 새고 있다느 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몇 가지를 선정해 본 것이다. 혹시 자신도 이 항목 중에 몇 개가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보자.

댁에 돈은 새지 않나요?
▶ 42만원이 필요하지만 그냥 45만원 인출한 경우.
▶ 똑같은 전자제품, 성능은 향상되었지만 가격은 오히려 저렴할 때, 지금 것 중고로 팔고 할부로 살까?
▶ 맞벌이 부부라 소득이 두 배니 이정도 외식이야 괜찮겠지.
▶ 이제 신혼인데 남편(아내) 몰래 100만원 정도야 내 스스로 갚을 수 있을 거야.
▶ 다음달 성과급 나오면 카드값 정산해야지.
▶ 소득 200만원에 100만원 저축? 생활이 힘들지 않을까.
▶ 휴대폰, 자동차, 에어컨은 필수품이지.
▶ 친구, 지인 부탁에 “그래 그럼 5만원짜리 보험하나 들어 줄게” 처럼 마지못해 보험을 든 경우.
▶ 내 가게 순수익이 250만원인데 그럼 두 개를 운영하면 월 소득이 500만원?
▶ 빚이 벌써 1000만원, 이제 막 가자는 거 맞지?
▶ 한달에 10만원, 36개월 할부하면 감당할 수 있을거야.
▶ 이왕 차탄 거 멀리 스테이크나 먹으러 가볼까.
▶ 월 소득이 정확히 얼마더라?

□ 취재/사진 : 성두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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