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터치 미니멀리즘(minimalism)

 


세상은 복잡해도 대세는 단순함
한 개그프로에서 험상궂은 조직폭력배가 등장, 긴급한 상황에서 전화를 한다. 덩치에 걸맞지 않게 손가락 두 개 굵기만한 휴대전화를 꺼내, 힘겹게 새끼 손가락으로 긴급상황을 타전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물론 재미를 위한 설정이었지만 작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 중 손가락이 굵어 고생인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계속해서 작아지는 휴대전화, 하지만 늘어나는 기능에 버튼 역시 같이 작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아예 기능은 적지만 버튼이 큰 것을 선호하거나, 다시 예전으로 덩치 큰 휴대전화를 구입하려는 사람도 생겼다.

미니멀리즘의 유혹
하지만 이러한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면서 mp3플레이어, 휴대용동영상플레이어(PMP), 휴대전화 등 각종 디지털 기기들이 성능은 향상됐지만 디자인은 오히려 더 단순함이 대세를 이루면서 애플의 ‘아이팟’, ‘아이폰’, ‘아이팟 터치’ LG전자의 ‘프라다폰’ 등 버튼을 최소화한 제품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는 비단 디지털 제품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패션계에서는 검은색과 흰색 계열의 색깔이나 장식을 최소한 한 디자인 형태가 유행했으며, TV광고 역시 짧은 시간 많은 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던 예전에 비해 한 여자 아이가 미소짓다 끝나는 현대그룹 기업 광고,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것이 전부인 SK텔레콤의 휴대전화 광고 등 단순하지만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광고가 최근 늘어났다. 또한 ‘텔미열풍’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단순한 안무를 내세운 노래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 역시 문화평론가들은 ‘단순함’이 비결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살릴 것은 살리고 최소한 한다는 의미를 지닌 단어가 바로 ‘미니멀리즘’이다. 이 단어가 패션, IT, 방송, 디자인, 행정 등 각종 분야에서 핵심 키워드로 등장했고,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미니멀리즘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게 각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것저것 뭉뚱그려 하나로 모아
서강대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는 동아일보의 한 인터뷰에서 미니멀리즘 열풍을 “선택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마음에 되도록 간단하고 명료한 것에 눈을 돌리는 것”이라 설명했다. ‘복잡한 세상, 복잡해봐야 거기서 거기다’라든가 단순함이 복잡한 세상에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 가뜩이나 복잡한 세상, 복잡한 것에는 손도 대지 않으려고 하고, ‘이 모든 것을 한번에 해결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늘어나면서 디지털기기에서는 이미 이런 제품이 속속들이 출시되어 인기를 얻고 있다. 인터넷 검색은 물론 MP3, 동영상 촬영, 몇 백만 화소를 자랑하는 디지털카메라의 기능을 모두 갖춘 휴대전화, DMB 방송은 물론 DVD, MP3, GPS, 사진보기, TPEG(실시간 교통정보) 등의 기능을 갖춘 내비게이션 등 사람들은 이제 한 제품에 한 기능을 갖춘 제품에는 무언가 부족함 마저 느낀다.
이는 온라인 상에서도 나타나 가입한 사이트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인터넷방문정보 사이트, 유용한 사이트를 즐겨찾기처럼 한 곳에 모아놓은 사이트 등이 있다. 사이트 외에도 한번의 클릭으로 도시계획 정보를 손쉽게 볼 수 있도록 한 건교부의 도시계획정보체계(UPIS) 구축 역시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편리함을 반영한 행정정책이라 볼 수 있다.

단순함이 경쟁력이다
지난 2000년 출판된 ‘단순함이 최고의 경쟁력이다’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는 460개 기업을 대상으로 7년 간의 연구 결과, 단순함이야말로 무한한 선택의 세상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고, 중요하지 않은 것을 무시할 수 있게 해주는 기준으로 복잡한 시대의 새로운 경쟁력이라 말한다. 물론 이 책에서는 단순하게 살아가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함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불필요한 일을 줄이게 되고 능률이 오른다는 말을 하고 있다.
광고에서도 마찬가지다. 15~20초 사이에 모든 것을 알리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아무것도 나타내는 것 같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머릿속에 오래 남아있는 것도 이러한 단순함을 이용한 전략이다. 복잡한 신문지면 상에 글자 포인트를 줄여가며 이미지를 넣기보다는 전화번호 하나만 떡 하니 올려놓아 다른 건 몰라도 전화번호만 나오는 광고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것도 다 이러한 단순함의 경쟁력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복잡한 것들을 단순하게 만들어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한때 유행이라는 말이 있다. 단순함이 대세이면 다시 복잡함으로 넘어간다는 전문가들의 말도 일리는 있지만 분명 지금은 단순함이 경쟁력이 되는 게 현실이다.

□ 취재 : 성두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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