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와 달마가 카페에서 만났다

 

우리네 부모님들은 어디가 용하다더라는 ‘카더라’ 통신에 발품을 팔아가며 물어물어 점집을 찾아가는 일쯤은 수고로움이 아닌 정성이라고 생각했다. 이순신 장군의 유언처럼 ‘내가 점을 봤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것이 부모님들 세대에서 점을 대하는 태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부모님들의 노력에 이름이 지어지고 일부 진로가 결정된 아들, 딸들은 점이라는 것을 대하는 태도가 약간 다르다. 영화 시작 시간을 기다리며 재미삼아 보는 타로점부터 편안한 소파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며 물어보는 사주점까지 생활 깊숙히 들어온 철학을 자연스럽고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 대표격이 사주카페의 등장이다. 지난해 3월 문을 열고 젊은층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사주카페 데미안’. 사주메뉴가 여느 카페의 음료수 목록처럼 나열돼 있고 벽에는 점집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 인테리어 되어 있다. 어떠한 사람이 어떠한 생각으로 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증에 일단 찾아가봤다.

 

차마시며 편안한 분위기 속 고민 상담
상담으로 얻은 교훈 엮어 출판 계획도

 

 

 

올 연말 대시를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 20대 초반 A씨.
경제난에 가게문을 닫아야 하나. 30대 초반 B씨.
남편과의 이혼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40대 중반 C씨.

 

여느 점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고민들이 카페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방석 위에 무릎꿇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조용히 사주를 내밀며 봤던 점을 이제는 편안한 소파에 앉아 최신 가요를 들으며 커피 한 잔과 함께 할 수 있는 사주카페. 지난해 3월 문을 연 ‘데미안’ 역시 사주카페로 젊은층 사이에선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 중의 하나다. 성남동에 위치해 있어 쇼핑에 나선 사람들이나 색다른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한번쯤 들르기에 그만인 셈. 최근 경제난에 40~50대 층에서도 많이 찾으면서 사주카페는 젊은이들만의 공간에서 연령 구분없이 찾는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데미안의 백남수(법명 : 보명) 대표는 “카페이다보니 중고등학생들도 호기심에 들러 점을 보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는 약속 장소를 이곳으로 정해 궁금했던 것을 묻는 점 마니아가 생겼을 정도”라고 말한다.
이곳에는 여느 카페처럼 각종 음료가 적인 차림판 외에 사주차림판이 있다. 사주, 궁합, 작명, 택일 등 점집에서나 볼 수 있는 단어들이 연령대별로 구분된 가격에 적혀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떠한 점을 볼 수 있는지 알려주는 차림판일뿐 가격은 각자 주머니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운명을 개척할 수 있을까
점을 보면서도 다 믿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점을 안 믿는 사람이 사주나 궁합을 볼리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점을 본다는 것은 어느 정도 믿는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점을 믿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는 사람이든 많은 사람들은 ‘운명은 개척하는 것’이라 말한다. 과연 그럴까. 20년 넘게 역학에 몸을 담은 백 대표에게 물었다.
그는 “80%는 정해져 있지만 20%는 바꿀 수 있다”며 “하지만 이 80% 역시 숙명적인 것은 아니어서 가만히 있는다고 이뤄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덧붙여 “욕심이 과해 운명이 바뀌는 경우도 있으며, 20%의 개척하려는 노력 이 운명을 바꾸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한다. 80%가 사주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노력없이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삶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난다
그는 손님이 없을 경우 그간 상담한 자료들을 정리한다. 한 사람의 사주가 풀어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여러가지 책을 보며 익혀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여기에 그가 상담한 내용을 토대로 압축해 정리하고 이것을 다시 연구를 한다. 어느새 1000 페이지는 족히 될 법한 두꺼운 책 두 권이 그의 옆에 항상 자리하고 있다. 깨알 같이 적힌 글씨로 된 책이 그가 수백번은 넘게 보았음을 한장 한장 에 묻은 손때가 대신 말해준다. 그는 이 책을 토대로 출판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단지 몰래 남의 이야기를 엿보기 위함은 아니다. 실명으로는 아니나 세상의 사람들이 어떠한 고민으로 어떠한 상담을 했고,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는 “100년도 살지 못하는 세상에서 내 욕심과 아집이 결국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각색해 보여줌으로써 또다른 깨달음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여기에 우리나라 축구가 월드컵에서 4강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이유나 세계 패권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지 사주로 풀어 담을 예정이다.

 

카페에서 달마를 만난다
한때 홈쇼핑에서도 등장했던 달마도. 언뜻보면 무서울 정도로 큰 눈을 가진 모습에 둥근 획이 특징인 달마도는 달마대사의 가르침에 따라 참선수행을 하면서 맑은 기운을 모아 그리는 일종의 수행인 셈이다. 때문에 그림의 모양새보다는 그것을 그리는 사람이 얼마만큼 맑은 기운을 가지고 그렸는지가 중요한 것이 달마도다. 데미안에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사방에 걸린 여러가지 모습의 달마를 볼 수 있다. 모두 백 대표가 그린 것으로 그 역시 수행의 한 과정으로 그린 것들이다. 간혹 사주가 많이 안 좋다거나 큰 위험을 막기 위해 그릴 때도 있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부리부리한 두 눈의 달마를 거리낌 없이 사가고, 편안하게 사주를 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젊은이들의 공간 한 복판에 자리잡아 어색할 법도 하지만 2030 세대의 또다른 문화공간이자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흡수되고 있다.

 

 

보명 백남수 대표는…
넓게 많이 배워서 밝게 비추어라는 뜻의 ‘보명(普明)’이라는 법명을 가진 백남수 대표. 그는 처음부터 달마와 역학 쪽으로 나아가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철학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경영학도로서 신일전문대 호텔지배인학과, 경주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 한국관광공사 호텔 2급 지배인 자격증을 땄을 만큼 그의 앞날은 관광경영으로 풀리고 있었다.
하지만 호텔에 판촉차 전시된 달마도를 접한 것이 그의 길을 바꾸어 놓았다. 전시회에서 호기심에 구입한 달마도가 꿈에 자주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간밤에 꾼 꿈이 현실이 되는 등 기이한 일을 몇 번 겪던 중 한 스님의 조언으로 철학으로 진로를 바꾸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달마도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2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그는 달마전시관을 여는 것이 꿈이다. 맑은 기운으로 그린 한점 한점의 달마도를 전시해 전시관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맑은 기운을 전하고 싶어한다. 또 하나의 꿈은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문을 연 데미안은 아니지만 여기에서 모은 수익금으로 다시 사회에 환원하고자 한다.

 

학력사항>

경주호텔학교 졸업

신일전문대 호텔지배인학과 졸업

경주대학교 호텔경영학과 졸업

JAPAN Shizuoka Ken Hamamatsu Grand Hotel 연수

한국관광공사 호텔 2급 지배인 자격증 취득

 

경희대학교 철학과 졸업

경희대학교 관광경영대학원 졸업(석사0

경주대학교, 동국대학교 사회교육원 명리학 전문가 과정 졸업

포항 죽림사 불교대학(10기) 졸업

울산 정토사 불교대학(15기) 졸업

 

경력사항>

경주대학교, 서라벌대학 겸임교수 역임

두산종합용역개발 대표

명리학, 추명학, 관상학, 지리학, 민속학 자격증 취득 

대한불교 조계종 포교사단 포교사 자격

현)관광 무역학회 이사

현)사단법인 한국동양운명철학인협회 울산지구 지부장

현)울산지구 염줄자원봉사팀 회원

현)사주카페 데미안 대표

 

□ 취재/사진 : 성두흔 기자
□ 취재협조 : 사주카페 데미안(052-246-838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