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준비했는데… 정부는 ‘초초’ 국민은 ‘불안’
도로명 주소 전면 시행일이 불과 85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TV광고를 비롯해 포스터, 리플릿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도로명주소 홍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민들 절반은 도로명주소 시행일을 모르거나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도로명조차 모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각 지자체에서는 전면 시행일이 다가옴에 따라 각종 지역행사에 참여해 홍보를 하거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까지 스티커를 붙이는 등 곳곳에서 홍보를 하고 있지만 반응은 시원찮다. 과연 홍보가 부족한 것일까, 국민이 관심이 없는 것일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15년 준비했는데 절반이 모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가 지난 9월 30일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새 주소명인 도로명 주소 시행 일시와 거주 지역 도로명 주소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내년 1월 1일 전면 시행을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51.4%, ‘잘 모르고 있다’는 48.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조사 응답자 거주 도로명 주소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56.3%가 ‘잘 알고 있다’, 43.7%가 ‘잘 모르고 있다’고 응답했다.
도로명주소 전면시행일이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 아직도 홍보를 해야할 판이다. 조사를 진행한 모노리서치의 이태우 연구원은 “오랜 홍보기간과 도로명 주소 입간판 설치 등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했던 것을 상기할 때 도로명 주소 시행 시기와 주소명 인지율이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은 시행 100여일을 앞두고 성공적인 준비가 됐다고 보기에 의문이 드는 수준”이라며 “본격 시행 전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보다 적극적인 계도를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체계적인 준비와 홍보를 했나?
도로명 주소는 급작스럽게 진행한 사업이 아닌 중장기적인 계획하에 진행하는 국가사업이다. 안전행정부 도로명주소 안내시스템(www.juso.go.kr)에 있는 도로명 주소 추진경과를 살펴보면 1996년 7월 5일 ‘국가경쟁력강화기획단’에서 최초로 추진지시, 이후 실무기획단 구성부터 2006년 10월 4일 ‘도로명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을 제정?공포, 2010년 10월 전국에 시설물 설치 완료(도로명 16만개, 건물번호 540만개). 이후 예비안내, 전국 일괄 고지, 2103년 관공서 도로명주소 전면사용까지. 추진경과에서 알 수 있듯이 철저한 계획하에 이뤄지고 있다. 자그만치 15년의 시간을 투자해 지번주소를 도로명주소로 변경하기 위해 준비한 사업이다.
도로명 주소, 어떻게 바뀌나?
기존 시/도, 시/군/구, 읍/면은 그대로 사용하지만 동/리/지번은 도로명 건물번호로 변경된다. 다만 동명과 공동주택명(아파트명)은 도로명 주소 뒤 괄호 안에 넣어 기존 주소를 일부 사용(참고항목)한다. 하지만 행정동(주민센터)과 법정동(지번부여 단위) 구분이 모호하고, 아파트 명이 길어 불편을 초래하므로 이를 개선한다는 점으로 미뤄보면 이후 동명과 아파트명 등은 정착단계에 서 사라질 확률이 높다.
도로명주소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대로/로/길’ 순서대로 도로의 폭이 좁아지고 ‘대로/로’에서 건물번호가 커지는 방향은 동쪽이거나 북쪽이다. ‘길’에서 건물번호가 커지는 방향은 ‘길’이 분기된 ‘대로/로’ 방향이다. 왼쪽이 홀수, 오른쪽이 짝수이며, 건물번호에 10을 곱하면 해당하는 건물까지의 거리를 의미한다.
문제점은 없나?
‘APEC로’는 발음상 [에이팩로, 아펙로, 에이피이씨로] 등으로 읽힐 수 있다. 특수문자로 인한 불편도 있다. ‘3?1만세운동길’, ‘3.1만세로’, ‘516로’는 가운뎃점과 마침표 그리고 생략까지 특정일을 기준으로 한 주소이지만 다 다르다. 또한 ‘OO도서관길’처럼 건물명으로 표기된 주소는 그 건물이 이전하게 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국민들의 인식에는 아직 도로명 주소가 생소하다. 현재 같은 지번을 쓰는 한 블록 주민들은 집앞에 끼고 있는 도로에 따라 주소가 다르게 된다. 또한 같은 길이라도 대문 방향이 다르면 주소도 달라진다. 하지만 같은 길을 끼고 있다면 8차선 도로 건너편 집이 도로명주소로는 숫자 하나만 차이가 나는 옆집이 된다. 이 점이 배달을 주업으로 하는 이들에게 불편을 야기하기도 한다. 기존 법정동과 블록을 기준으로 나눈 구역은 도로명과 좌우번호까지 알아야 자신의 구역을 구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면시행일 85일을 남겨둔 지금, 아직은 불편과 불만 사항이 더 많아 보인다. 하지만 부동산 ‘평’에서 ‘㎡’로 바뀔 때도 그랬고 1인분에서 ‘g’으로 바뀔 때도 그랬다. 사람들은 서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분명 이전과 이후의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지금의 불편을 없애고 개선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안 외우든 못 외우든 언젠가는 몸에 서서히 녹아들 때가 올 것이고 지금의 고민은 기우가 되지 않을까.
□글: 성두흔(uskc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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