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웃으며, 2010년
글|성두흔 기자
다사다난했던 2010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2010년 1월 1일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간절히 빌었던 소원도 이제 성취까지 며칠. 또다시 새해 일출을 보며 다짐을 할 때가 다가옵니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단어 그대로 올해는 많은 일과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올 한해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일들을 돌이켜보며 내년을 준비해 보는 것도 지금이 제일 좋은 때인 것 같네요.
새해 첫 시작은 폭설과 한파였습니다. 1937년 기상관측 이래 서울에 내린 눈이 25.8cm, 100년만의 대설로 기록되었고, 당연히 극심한 교통체증과 물류대란 등 혼란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내린 눈이 녹을 즈음 SAT 부정시험 적발 사건이 뉴스로 연일 방송되며 올해도 여전히 취업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복선을 깔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울한 소식은 곧 사라졌습니다. 바로 벤쿠버 동계올림픽이 열리면서죠. 금6, 은6, 동2로 메달순위 5위를 기록하며 겨울 스포츠 강국으로 한국을 세계에 각인시키게 됩니다. 그 정점에 선 김연아. 피겨스케이팅은 외국 사람들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던 인식을 바꾸게 해준 사람입니다. 특히 아사다 마오라는 일본인과의 경쟁 구도로 국민들의 관심은 극에 달했죠. 김연아 선수의 트리플 점프는 국민들의 가슴을 들었다 놓았다 할 정도였습니다. 다들 그렇듯 김연아의 금메달은 국민 여동생이라는 칭호를 얻으며 전(前) 국민 여동생인 문근영 씨를 일반 연예인으로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일희일비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올 3월은 특히나 국민적인 관심을 끄는 일들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그것도 좋지 않은 소식들로 말이죠. 서해바다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46명의 해군 장병이 수장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수개월간 여파는 가시지 않고 지금까지 남북관계에서 큰 장벽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또한 성폭행 사건은 올해 왜 그리도 많이 발생했는지 결국 전자발찌와 신상공개 등 각종 법규가 제?개정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끊이지 않아 더 큰 사회혼란을 가져왔었죠. 또한 올 초 부정시험 문제가 말해주듯 대졸백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합니다. 대학교를 졸업하면 취직을 할 수 있다는 말은 아주 오래전 추억을 되새길 때나 하는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4월은 지난달의 힘듦을 잘 견뎌냈다는 듯 천암함 실종자 46명을 침몰 20여일 만에 인양하기 시작하며 희망의 끈을 들입니다. 비록 사망한 채 인양이 되었지만 목숨을 건 인양작전에 온 국민들은 축제와 각종 행사를 취소하며 아픔을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한민족이라는 말을 이때 절실히 느끼게 해줬습니다.
5월 역시 천안함 관련 후속 사건이 이어집니다. 북한 어뢰로 추정되는 파편이 발견되면서 정부는 천안함 사고 북한 책임론을 들며 강경해집니다. 국민들은 설마설마 하면서도 아직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됩니다.
6월은 월드컵의 달이었습니다.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업적을 달성한 태극전사들로 인해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아동성폭행 김철수 사건으로 불리는 아동성폭행범을 검거로 매년 1천 건 발생이라는 통계가 부모들의 마음 한켠을 쓰리게 합니다.
하반기는 한미 연합훈련과 서해 육해공군 합동훈련 등 천안함 사건 이후 군기 강화와 대북 압박 등이 이어집니다. 이러던 차 김정일은 3남 김정은과 함께 중국을 방문하죠. 옛날 조선시대에 중국에 왕위를 허락받아 왕권승계를 하던 때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북한에 왕권승계가 조선시대 유물을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하던 이때 우리나라는 현대판 조선시대 음서제도로 불리는 장관 딸 특채 사건이 보도됩니다. 이후 각종 특채에서 장관 등 유명 인사들의 자녀들이 특채로 각종 관공서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한민국 곳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부모들에게 괜한 불똥이 튀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전 국민의 열망을 우주에 보내고자 했던 나로호는 애석하게도 공중에서 폭발하며 국민들에게 또 한 번 도전의식을 심어줬죠.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작은 땅 넓은 우주를 가진 강대국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까지 흘러온 대한민국의 2010년 삶은 조금 침체기였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일희일비라는 말처럼 신묘년 2011년은 일희를 할 차례네요.
그 시발점으로 내년 휴일은 올해보다 2일이 늘어난 64일입니다. 벌써 계산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토요 휴무까지 고려하면 최대 116일이지요. 숫자상으로만 따지면 3일 일하고 하루 쉬는 그런 행복한 주 삼일제 해가 됩니다. 또한 올해가 유난히 공휴일과 명절이 겹치며 사장님들의 입가에는 미소를, 사원들의 입가에는 주름살을 더했다면 내년은 특히 징검다리 휴일이 많아 역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구정과 현충일, 광복절, 개천절은 토?일요일과 이어져 황금연휴를 즐길 수 있으며, 3?1절과 어린이날, 석가탄신일이 목요일과 화요일로 징검다리에 놓여 말그대로 하루 일하고 하루 쉬고, 다음날 하루 일하고 이틀 쉬는 직장인들이 바라는 노동 선진국이 될 듯합니다.
세상 그 누구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분명히 기억될 2010년. 365번이나 우리에게 아침을 선사한 해를 보며 독자 여러분들도 잠시나마 추억에 젖어보세요. 분명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요. 그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문자 한 통 보내세요. ‘당신이 있어 행복했던 한해였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