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생성과 성장 중

“세계 언어학회가 한글날을 찬양하고 공휴일로 기념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고 타당한 일이다” 세계적인 언어학자 맥콜리(J. McCawly) 교수
“한글은 독창성이 있고, 기호 배합 등 효율면에서 특히 돋보이는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다” 레어드 다이어먼드(디스커버리 지 94. 6월호 기사 중)
“한글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다”  F. 보스(네덜란드 언어학자)

 

<세종실록>에 따르면 1446년(세종 28년) 음력 9월 훈민정음이 반포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1926년 당시 조선어연구회에서는 이를 기준으로 음력 9월의 마지막날인 29일을 한글이 반포된 날로 추정, ‘가갸날’로 정하고 한글반포 480주년을 기념했다. 이후 1927년 ‘한글날’로 명칭을 바꾸고, 1932년에는 양력 날짜로 환산, 10월 29일에 한글날 기념 행사를 가졌다.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면서 정인지 서문에 발포일이 ‘9월 상한’으로 나타나 상순의 끝날인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10월 9일이 한글날이 되었다.
지난 9일은 562돌을 맞는 한글날이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날이지만 특히 올해의 한글날에는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라든가 ‘한글만큼 과학적인 문자는 없다’는 식의 감성적인 한글 예찬을 자제되는 분위기였다. 이제는 좀더 과학적으로 타 언어와 비교를 하면서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글이 인터넷에 떠도는가 하면, 세계속에서 한글이 차지하는 위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도 방송이나 기사로 적잖게 실렸다.
그러한 예로는 크게 한글은 탄생 기록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문자이며, 제자원리가 매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라는 것을 다른 언어와 비교한다거나 문자의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음소 문자이며, 모음은 언제나 일정한 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들도 한글이 다른 언어와 비교해 우수한 항목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들이다.
이러한 한글의 우수성에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면서 펜을 잡는 시간보다 자판을 두르리는 일이 많아지고 그에따라 오타와 관련된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한글이 파괴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성범중 교수는 이에대해 “언어는 생성, 성장, 소멸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한글이 파괴되고 있다거나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닌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생성 : 말은 사회를 반영한다
‘불펌’(불법으로 다운받다), ‘글설리’(글쓴이를 설레게하는 리플), ‘시살생’(시험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등의 신조어가 생겨나면서 신조어는 단순히 한글파괴가 아닌 그 세대의 가치관이나 생활방식 등을 표현하며 세대차이를 극복하고 이해하는데 신조어가 활용되기도 한다.
‘메뚜기 대학생’(취업을 위해 명문대로 편입하려는 대학생), ‘알밴 명태족’(퇴직금 두둑하게 받은 퇴직자)이나 생존이 화두인 직장인들 사이에는 ‘이태백, 오륙도, 육이오’ 같은 단어는 아직도 오르내리고, 최근 ‘다운시프트족’(비록 저소득이지만 여유있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삶의 만족을 찾는 유형), ‘네스팅족’(사회적인 성공보다는 단란한 가정을 중시하는 직장인)처럼 고속승진이 곧 퇴직압력으로 작용해 반발 심리로 승진을 기피하면서 자기만족을 즐기려는 현상을 표현한 말이나, ‘체온 퇴직’(체감 정년을 체온인 36.5도에 빗댄 말), ‘면창족’(퇴직 압력이 가해져 창만 바라보는 직장인)처럼 여전히 직장에서의 생존을 표현한 말들, 그리고 결혼비용으로 창업을 한다는 ‘혼수창업’, ‘직장을 혼수의 하나로 생각하는 ‘혼수취업’ 등이 지금의 사회상을 반영한 신조어로 볼 수 있다.
또한 여전히 신속이 경쟁력이 되는 인터넷 상에는 긴 의미의 뜻을 전달함에 있어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나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같은 말줄임도 유행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의 무분별한 신조어 생산에 우려하던 기성세대들도 ‘장수스럽다’(김장수 국방부장관이 국군의 대표자로서 김정일과 악수할 때 고개를 꼿꼿하게 들었고, 아리랑 공연 관람시 북측 관계자에게 나는 69만 대군의 수장으로서 북한체제 선전에는 박수칠 수 없다고 한 말을 두고 남자답고 용감하며 심지가 굳다라는 뜻을 가짐)와 같은 말이 회자되면서 특정 정치인을 빗대어 표현한 ‘누구스럽다’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언어는 그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로서 신조어가 생겨나는 것은 성범중 교수의 말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듯이 신조어가 세대간의 장벽이 된다면 신조어를 이해하는 것이 세대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성장 : 한글을 디자인한다
인터넷에서 한 유명 여배우가 ‘신흥호남향우회’가 쓰인 원피스를 입고 있는 사진이 나돌면서 누리꾼들은 우리 역시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영문자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는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했다. 한글이 새겨진 옷을 입는다는 것이 의미도 모르는 영문자보다 더 촌스럽게 느꼈다. 하지만 인터넷 한 쇼핑몰에서는 이러한 기존 관념을 깨는 한글을 이용한 쇼핑몰을 오픈했다.
티움(www.tiummall.com)은 ‘한글로 피어나는 아름다운 세상’이란 큰 타이틀을 걸고서 세계 최초로 한글 디자인 상품을 기획하고 제작,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이다. 싸이월드 <광수생각> 아이템 샵을 오픈하면서 잘 알려진 산돌커뮤니케이션에서 올 2월 설림한 자회사이기도 하다. 티움몰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한글이 이렇게도 이용될 수 있고, 한글이 이렇게 아름다운 문자였다는 것을 알게된다. 훈민정음, 용비어천가를 새긴 넥타이에서 ‘사랑’이라는 글을 새긴 티셔츠, 한글로 디자인된 머그컵까지 생활 용품 전반에서 다양하게 활용된 한글을 만날 수 있다.
티움몰 외에도 한글 디자인 관련 제품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한글 자체가 상품이나 PR로 활용되면서 돈을 지불하고 특정 한글 폰트를 사용하거나 DAUM이나 지자체에서처럼 고유의 한글 폰트를 개발하기도 한다. 티움몰 홈페이지에 있는 ‘아름다운 한글 돈이되는 한글’이란 말처럼 한글은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영어몰입교육에 한글보다는 영어를 더 중시하는 글로벌 시대가 되었지만, 가장 한국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한글은 세계화의 흐름속에 당당히 다른 언어와 비교되면서 변화, 발전하고 있다.

 

 

 

 외솔 최현배 선생은…

우리말과 글을 연구, 보급하는데 평생을 바친 외솔 최현배(1894.10.9~1970.3.23) 선생.
1933년 <한글맞춤법 통일안>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는 등 평생을 한글 연구에 힘썼던 그는 울산을 빛낸 위대한 한글학자이자 우리나라 최고의 한글학자이다.
한글날 하루 전인 지난 8일에는 의사당 대회의실에서 외솔 최현배 선생 유품 전달식이 있었다. 이날 전달된 유품은 외솔회, 한글학회, 세종대왕 기념사업회 등이 보관하고 있던 것들로 외솔 선생이 평소 애장하던 친필원고, 강의 노트, 사진, 지팡이 등과 서적 등 총 30점이었다.
1980년대 당시 그의 생가가 소실되어 밭으로 경작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현배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울산시는 외솔 최현배 선생 생가복원사업으로 총 47억여 원의 사업비를 들여 중구 동동 613번지 일원에 지난 8월 23일 생가를 준공(사진)했다. 현재는 기념관 건립과 기타 부대시설이 내년 1월 착공, 12월 준공 예정이다.
본관 경주, 울산 출생. 경성고등보통학교 재학 중 1910년부터 3년간 주시경의 조선어강습원에서 한글과 문법을 배웠다. 1920년 동래고등보통학교 교사가 되었다가 1922년 히로시마 고등사범학교 연구관에 다시 수학, 1926년 연희전문 교수가 된다. 1929년 조선어사전편찬위원회 준비위원이 되고, 1933년 ‘한글맞춤법통일안’ 제정 등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다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광복때까지 3년간 복역한다. 광복 후에는 교과서 행정 담당, 한글학회 상무이사·이사장 등을 지낸다. 1951년 당시 문교부 편수국장이 되고, 1954년 연세대학교에서 교수, 문과대학장, 부총장 등을 역임한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우리말본>, <한글갈>, <글자의 혁명>, <나라 사랑의 길> 등이 있다.

 

 

□ 취재/사진 : 성두흔 기자
□ 취재협조 : 티움몰(www.tiumma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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