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어리 살어리랏다 황토집에 살어리랏다

나무와 황토로 꿈을 이루는 사람들

언젠가는 나도 황토집을 지어 살겠다며 뙤약볕아래 모자 하나 눌러쓰고 땀으로 뒤범벅이 됐지만 미소만은

 꿈을 짓고 있다는 생각에 항상 밝게 띄고 있던 ‘황토집짓기’ 1기 수강생들.

좋은 주택에서는 이번 1기생 수료 후 올 9월초쯤 2기 수강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신문, 방송을 보다보면 학군이 좋고, 장차 주변이 계속 개발될 예정으로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는 아파트 분양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양광고 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새집증후군’이라는 단어다.

현대식 주택에 없어서는 안 되는 철근과 콘크리트부터 스티로폼, 석면, 페인트, 그리고 포르말린같은 마감재 등이 이러한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유해물질들이다. 다시말하면 새집에 들어가 산다는 기쁨과 함께 이러한 걱정도 더불어 않고 살게 되는 것이다.
몇 해전부터 황토주택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걱정의 표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바쁜 일상에 쫓겨 황토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머릿속으로만 그릴 뿐 행동으로 실천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도 평소 이러한 생각을 주말이나마 실천하며 조금씩 조금씩 황토집에 대한 꿈을 짓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그곳을 찾아가봤다.

 

 

학구열이 뜨거운 날씨보다 높다

 


한적한 도로길을 지나다 AI 방역이 한창인 곳과 맞딱드렸다.
“어르신, 여기 황토로 집을 짓고 있다는데…”
“저기 마을 회관 옆으로 가보소. 아침부터 여럿이 모여 일하고 있더만 아마 거긴가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 중 한 분이 손을 들어 한 곳을 가리킨다.
황토집을 짓는 공사가 8주째 진행되고 있는 울주군 청량면의 한적한 한 시골마을.

점심 무렵 도착한 현장에는 여기 저기 자로 잰 듯 잘려진 나무들이 가지런히 쌓여있고, 그 사이로 10여 명의 사람들이 분주히 지나다니고 있다. 왼쪽 가슴에는 이름표, 허리에는 줄자부터 각종 측정기구까지 주렁주렁 매단 것이 열이면 열 하나같이 똑같은 모습이다.
한쪽에선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느라 분주하고 또다른 한쪽에선 줄자를 이리저리 놀리며 잘라낼 부위를 표시하느라 날리는 톱밥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재고 자르고만 할 뿐 이 많은 나무에 으레 있을 못질 소리가 들리지 않아 궁금해 하던차 이내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잘려진 나무를 서로 꿰 맞추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순간 옛날 이순신 장군이 못을 쓰지 않고 나무를 이리저리 꿰맞춰 커다란 포의 반동을 이겨내는 배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전통에 현대 건축 방식을 가미한다
현대식 건축물에 많이 쓰이는 쇠못이나 콘크리크를 옛날 선조들이 살던 집에는 이를 나무와 황토가 대신한다. 황토집짓기 강좌 역시 전통방식을 기본으로 현대건축방식을 가미하고 있어 일반 공사장에서 흔히 보이는 철근보다 일자로 쭉 뻗은 나무들만이 보일 뿐이다.
차용업 대표는 “콘크리트를 전혀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대들보를 튼튼하게 세우기 위해 대들보가 서는 자리에는 콘크리트가 조금 들어간다”고 설명한다. 콘크리트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현대식 황토집인 것이다. 황토집을 짓는데 대들보와 도리 등을 잘라 끼워맞춰 집의 뼈대를 완성하는 일련의 과정은 모두 나무만 쓰인다. 기본 뼈대가 완성되면 신벽치기(기둥과 기둥사이에 콘크리트 대신 황토를 채우는 과정)와 구들놓기, 설비공사(위생설비, 하수관 위치, 수도, 전기를 놓는 작업) 등이 이어진다.
간단할 것 같은 이러한 과정에는 백 가지가 넘는 기술이 요구된다고 한다. 때문에 강의 역시 여러번 반복을 통한 숙련을 키우기보다는 강의가 진행되는 13주 내내 집을 짓는 데 필요한 기술 전수에 초점이 맞춰 진행된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자

 


차용업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황토집에 살고 싶어 이러한 집짓기 과정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지만 일상에 쫓겨 주말을 모두 이곳에서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차 대표의 말처험 수강생들의 표정은 ‘언젠가는 황토집을 지어 살고 싶다’는 생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사실에 이미 절반은 꿈을 이루었다는 만족감이 가득하다.
이왕락(46. 학원강사) 씨는 “토요일은 학원수업을 빼고 이곳에서 하루 종일 보낸다”며 “평소 관심 있었던 일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드물기 때문에 주말에는 꼭 이곳에 나와 수업을 듣는다”고 말한다.
이는 한 수강생이 아닌 대다수 수강생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기회가 있을 때 배워야 생각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차 대표는 “생각에서 실천으로 옮기기까지 망설이는 것 중에는 사전지식이 없다거나 공구를 잘 다루지 못한다는 걱정 때문”이라며 “이에 13주 과정의 강좌기간 중 1~2주간은 기본 지식과 공구 사용법 등을 익히는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어 초보자들도 쉽게 강좌를 따라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13주 동안 기본 기술을 다 익혔다고 혼자서 집을 뚝딱 짓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 황토집 특성상 대들보를 잘못 놓는다거나 치목을 잘못한다면 공기는 더욱 길어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13주의 과정을 다 마치고도 차후 기수별 모임을 만들어 서로 품앗이로 도움을 주며 황토집을 짓는 것이 이 분야에선 일반적인 모습이다.
1년전 차 대표가 진행한 황토집짓기 강좌를 수강했던 이갑영(60. 황토집짓기 모임 회장) 씨는 현장 실습이 있는 날이면 이곳을 방문한다. 그는 “조만간 집을 지을 계획을 가지고 있어 복습차원에서 온다”며 “매번 방문 때마다 부족한 점도 배우게 돼 내집 설계에 많은 보탬이 된다”고 말한다.

13주간 황토집짓기 과정을 배운다
톱 한 번 안 잡아봤다며 강좌 신청도 하기 전에 지레 겁을 먹는 이가 있다. 하지만 이곳 수강생 역시 나무를 잘라본 기억이 가물가물 할 정도의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13주 과정 중 1~2주는 기초를 3주차부터 본격적으로 작은 나무를 가지고 대들보나 보, 도리 등에 적용되는 모양을 잘라보며 공구의 사용법과 나무를 다루게 된다. 보통 3~4주 과정이 지나면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가 귀에 익숙해지고 간단한 책상같은 것은 나무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된다고 한다.
4주차부터는 본격적으로 기둥 만드는 기술을 배우게 되는데, 목조 건축물의 기술 중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인 사개맞춤(목조 뼈대집을 지을 때 목수의 기술 중 하나로 기둥과 보, 도리 등을 끼워맞추는 과정)을 배우게 된다. 5주차부터는 터 다지기, 보·도리·대들보·받침장여 치목 등 난도가 높은 과정이 진행되며 13주의 과정이 마무리 된다.

좋은 주택 차용업 대표
울산매일, 울산능력개발원 전통흙집짓기 시민대학 강사 역임, 좋은 주택 대표로 20년 넘게 건축업에 종사하고 있다. 지금은 처음으로 좋은 주택의 이름을 내걸고 황토집짓기 1기 수강생을 받아 노하우를 전수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1기생 집짓기 과정은 인터넷(http://cafe.daum.net/goodzip1) 상 회원들의 카페에 공개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052-227-8582번이나 홈페이지(www.goodzip.com) 문의하면 된다.

글/사진 : 성두흔(corea96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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