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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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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지 않아도 지워지지 않는 곳 통도사
30년이 넘는 시간을 울산에서 살아오며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듯 돌아가는 일상에 ,가끔 아주 가끔 새로운 세상의 막연한 동경심이 나만의 세상인 이 쳇바퀴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을 부른다. 거래처 사람과의 약속, 빼곡히 적혀있는 다이어리, 지갑속 카드 전표, 바짝 마른 빨래들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달력을 찾자. 그리고 마음에 드는 숫자에 동그라미를 치고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자. 하루 하루는 달라도 돌이켜보면 그날이 그날인 것처럼 특별히 생각나는 날도 기억되는 날도 없다면 혼자 혹은 가족끼리 단촐하게 조용한 여행을 떠나보자.
차를 몰고 무작정 찾아온 통도사. 언제 왔었던 곳인지 기억조차 가물 할 정도로 가깝고도 먼 곳이 되어버렸지만 한 낮에 혼자찾은 통도사는 포근함과 정겨움을 내게 안겨준다. 2,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선 통도사. 일상의 찌든 때가 섞였는지 시계를 보며 조급해 한다. 큰맘먹고 나선 길에 무언가 하나 얻어가야한다는 생각이 아직도 머리 한 쪽에서 떠나려 하지 않아 발걸음이 무겁다.
10분여 걸어 도착한 대웅전. 고즈넉한 분위기와 잔잔히 들려오는 풍경소리에 온몸에 힘이 쭉 빠지고보폭은 한 뼘이 채 안 된다.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유일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1시간 정도 둘러보고 나오는 길, 어느새 머릿속의 조급함은 사라지고 쉴 휴(休)자가 크게 그려진다. 도시에도 나무나 기와는 있다. 하지만 같은 느낌은 아니다. 의식을 하고 보는 나무와 무의식에서 보는 나무는 다른 것이다. 삶의 활력소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수백 번은 더 지났을 골목길도 마음을 달리 먹으면 새로운 길이 된다. 평범한 일상도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언제라도 다시 나무가 조경을 위해 존재한다고 느껴진다면 목적없는 여행을 떠날 때가 된 것이다.
통도사는 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로 손꼽히는 절로 신라 선덕여왕 15년(646)에 자장율사에 의해 지어졌다. 삼보사찰 중 하나로 부처의 진신사리를 보관하고 있어 불보사찰이라고도 불리는데, 삼보란 불교에서 귀하게 여기는 세 가지 보물(불:부처, 법:부처의 가르침, 승: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스님)을 일컫는다. 부처의 진신사리를 안치한 통도사가 ‘불’, 부처의 가르침이 적힌 팔만대장경을 소장한 합천 가야산의 해인사가 ‘법’, 16국사를 배출한 전남 승주의 송광사가 ‘승’에 해당한다.
통도사의 경내 건물은 대웅전과 고려 말 건물인 대광명전을 비롯하여 영산전, 극락보전 외에 12개의 법당과 보광전, 감로당 외에 6방, 비각, 천왕문 등 65동 580여 칸에 달한다. 대웅전은 원래 석가모니를 모시는 법당을 가리키지만 이곳 통도사의 대웅전에는 불상을 따로 모시지 않고 건물 뒷면에 금강계단을 설치하여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다. 그 때문에 통도사라는 절 이름도 금강계단을 통하여 도를 얻는다는 의미와 진리를 깨달아 중생을 극락으로 이끈다는 의미에서 통도라 하였다한다. 지금 건물은 신라 선덕여왕 때 처음 지어졌고, 임진왜란 때 불에 탄 것을 조선 인조 23년(1645)에 다시 지은 것이다. 규모는 앞 3칸, 옆 5칸이며, 지붕은 T자 형의 특이한 구조다.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짜여진 구조는 기둥뿐만 아니라 기둥사이에도 장식이 들어간 다포양식을 이루고 있으며, 건물 바깥쪽 기둥 부분과 돌계단 층계석, 계단 양쪽부분엔 통일신라시대의 양식을 이어받은 연꽃조각을 볼 수 있다. 금강계단은 금강과 같이 단단하고 보배로운 규범이란 뜻이다. 부처가 항상 그곳에 있다는 상징성을 띠고 있으며, 지금 있는 금강계단은 고려·조선시대를 거쳐 여러 차례 수리한 것이다. 양식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금강계단 형태를 띠고 있는데, 가운데에 종 모양의 석조물을 설치하여 사리를 보관하고 있다.
통도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는 안양암은 통도사 팔경 중의 하나인 안양동대에 위치하며, 대웅전 앞 서남쪽 우뚝 솟은 봉우리에 있다. 본사에서 불과 500m 내외에 있는 이 암자는 고려 충렬왕 21년(1295) 찬인대사에 의해 창건되었으며, 현 건물은 1968년 우송화상에 의해 중수된 것이라 한다.
대웅전 및 금강계단이 보물 제29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 밖에 보물 제334호인 은입사동제향로, 보물 제471호인 봉발탑이 있고, 보물전시관에는 병풍, 경책, 불구 및 고려대장경(해인사 영인본) 등 주요문화재 총 813점이 보관돼 있다. 소속 암자로는 극락암을 비롯하여 백운암, 비로암 등 13개의 암자가 있다.
□ 취재/사진 : 성두흔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