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의지만 있다면야… 성두흔 2007-02-15
[남구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선 일산화탄소 측정과 니코틴 검사를 통해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해주고 그에 맞는 금연보조제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김미양 금연상]
‘새해에는 한번 금연해봐’… 99% 실패
금연패치 붙이면 한 개피도 안돼
순한담배로 바꾸면 금연에 도움된다?

1월 1일을 맞이해 금연 결심을 한 사람들 중 지금까지 금연을 하고 있는 사람은 몇 명일까?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지만 결과는 2006년과 비교해 비슷한 수치로 나올 것은 뻔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흡연자의 70%가 금연을 시도하며, 그중 11%만이 금연에 성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04년 OECD 가입국가 중 우리나라는 흡연률 1위를 기록했다. 또 2005년엔 OECD 가입국가의 평균 흡연율 32.4%보다 훨씬 높은 52.3%를 기록했다. 청소년들도 첫 흡연 평균연령이 13.5세, 매일 흡연 평균연령이 15.2세로 중학생 시절 담배를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가 백해무익하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저마다 금연을 못하는 이유 또한 니코틴 중독, 습관, 주변 환경 때문 등 각자 개성만큼 다양하다. 그래도 항상 흡연자들은 ‘새해에는, 담뱃값이 오르면, 내일부터 반 갑만, 결혼하면, 애기낳으면’ 등 흡연의 종지부를 정해두고 오늘도 답배 한 개피에 불을 붙인다.
구강암이 비흡연자의 4.6배, 후두암이 20.3배 등 금연을 유도하는 경고문구는 흡연자들에겐 그리 크게 와닿지 않는다. 때문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는 ‘현행 담뱃값, 경고 문구를 더욱 강화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금연을 결심하고 많이 흔들리는 시점에 금연에 대한 의지를 조금이라도 더 확고히 한다면 금연은 남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남구 보건소 내 금연클리닉에는 작년 한해만 1200여 명이 회원으로 등록했다. 2007년 들어서도 3월까지 예약이 꽉 찼으며, 하루 3~4명의 흡연자들이 꾸준히 이곳을 찾고 있다.
정명희 소장은 “금연 상담사가 현 2명에서 3월 중 2명이 더 보강될 예정”이라며 “인원이 늘어나는 만큼 금연에 대한 효과도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구 보건소 내 금연클리닉은 총 6개월 과정으로 운영된다. 첫날은 상담을 통해 흡연자의 습관, 원인 등을 파악하고 흡연자의 일산화탄소 농도와 몸속 니코틴 검사를 실시한다. 일산화탄소는 정상인이라면 1~2 정도이지만 흡연자는 15~20 정도다. 이러한 수치를 보여주는 이유는 단 하나, 눈으로 직접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시켜 경각심을 일으키려는 것이다.
상담과 몸 상태를 확인한 후에는 개인에 맞는 금연보조제가 6~7주간 제공된다. 금연보조제는 패치, 껌, 사탕, 약 등이 있으며, 그 이후는 전화를 통한 상담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곳을 찾은 모든 흡연자들에게 금연보조제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들에게는 보조제를 사용해도 성장이나 기타 몸 상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명확한 논문도 없어 상담 외에 보조제를 따로 지급하지 않는다.
금연클리닉을 이용하는 연령대는 20대부터 70세대까지 다양하며, 남녀 비율은 약 8:2로 남자가 많다. 김미양 상담사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금연 욕구 또한 높아 특별히 많이 찾는 연령대는 없다”며 “여성들의 수치가 낮은 이유는 여성들이 아직 금연클리닉을 찾을 만큼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것도 한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 흡연자들의 고민
·당장 끊을까, 조금씩 줄일까?
하루에 한 개피를 펴도 흡연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금연을 한다는 것은 흡연자에겐 상당한 인내력을 필요로 한다. 자신의 건강상태에 심각한 적신호가 왔거나 주변에 담배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하루아침에 금연에 성공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당장 끊는 것이지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차츰 줄여가는 것이 좋다고 금연클리닉 관계자는 설명한다.
또한 약국에서 금연보조제를 구입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있지만 보조제 사용에는 수면습관, 혈압 등 자신의 몸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금연패치를 사용한다면 단 한 개피의 담배도 피면 안 된다. 김미양 상담사는 “패치를 붙이고 담배를 반으로 줄였더라도 이는 아무 효과가 없다”며 “금연을 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금연패치를 붙였다면 한 개피의 담배도 안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금연패치도 24시간용 패치는 아침에 일어나 담배를 찾을 정도가 아니라면 붙이지 않는 것이 좋다.

·독한담배에서 순한담배로?
최근 미국에선 순한담배에 표기되는 ‘LIGHT’가 담배 흡연자들을 속였다는 이유로 미 뉴욕 연방 법원에 집단 소송이 걸린 일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흡연자들이 금연을 위해 독한 담배에서 순한담배로 많이들 바꾼다. 그렇다면 과연 금연을 위해 니코틴 1.0mg에서 0.1mg이 든 담배로 바꿨다면 9개피의 담배를 덜 피게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심리적인 효과뿐 아무 효과도 없다.
김미영 금연상담사는 “흡연자의 몸은 이미 일정한 니코틴이나 타르의 양에 적응이 됐다”며 “만약 순한담배로 바꾸었다해도 이는 심리적인 효과뿐 금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독한담배를 필 때 필터에서 어느정도 선에서 담배를 껐고 순한담배를 필 때 어느정도 선에서 담배를 껐는지 확인해 보면 쉽게 나타난다. 자신도 모르게 더 길게, 더 세게, 그리고 더 깊숙히 담배를 빨아당기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임신과 금연?
한번이라도 흡연을 경험한 여성이라면 태아에 미치는 악영향이 비흡연자보다 높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최소 2년은 지나야 태아에게 가는 피해가 줄어든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비흡연자만큼 좋아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흡연을 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어느정도 담배에 대한 중독이 없어진 후에 임신을 해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임신 중 흡연 욕구가 생긴다면 그로인해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 금연엔 꾸준한 관심이 효과
금연클리닉을 이용해보면 알겠지만 이곳 상담사들은 금연을 무리하게 강요하지 않는다. 담배가 해롭다는 것은 모두다 알고 있지만 의지가 약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단 하루의 금연이라도 칭찬을 해주는 것이 금연을 하는데 있어 상당히 효과가 있다.
김미양 상담사는 “하루 한 갑의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단 하루지만 금연을 했다면 상당한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며 “상담을 통해 꾸준한 격려와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루정도 안 핀다고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정작 하루 한 갑을 피던 흡연자에게는 상당히 큰 결심이 뒤따른 결과다.
금연클리닉을 이용하는 회원 중 얼굴을 마주하고 상담할 때와는 달리 전화 상담이 진행되는 6주 이후부터 금연 실패가 늘어난다는 한 신문보도가 있었다.
이를 막기 위해 금연상담사들은 회원들에게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연락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금연을 위해선 흡연을 하는 친구를 피하고 술자리 모임에 당분간 가지 않는 것이 좋다. 금연에 대한 의지가 강해 모임에 가더라도 의지로 버틴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100% 실패한다고 상담사들은 말한다.
‘구정부터 금연한다’라는 생각보다 조금이라도 일찍 금연클리닉(226-2470~4)을 방문하는 것이 건강을 위한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 취재/사진 : 성두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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