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가르치는 한국생활 성두흔 2007-04-10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결혼이민자 가정과 연계한 ‘멘토링 프로그램’ 선보여
베트남어, 중국어 가르치며 선입견 깨는 계기 마련

지난 4일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3층 강의실에서는 결혼이민자 가족들과 일반가족 40여명이 모인 가운데 ‘멘토가족 발대식’이 진행됐다. 이날 발대식에는 오는 4월 14일 ‘멘토가족의 날’을 맞아 미리 얼굴을 익히는 차원에서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진행이 됐다. 2시간 정도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첫인상의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쥐잡기 게임, 다과회 등 얼굴익히기 위주로 진행됐다.
멘토란 어떤 문제에 대하여 일대일로 상담해주거나 조언을 해주는 것을 일컫는다.
센터에서는 이번 멘토가족 발대식을 통해 일반가정에서 가지고 있는 결혼이민자들에 대한 선입견을 해소하고 또 멘토를 맺은 결혼이민자 가족들도 일반가정에 모국의 언어나 문화를 가르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전했다.
이미화 사회복지사는 “결혼이민자들이 고향과 가족을 떠나 이국에서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한국정착 생활이 보다 용이할 수 있도록 내국인과의 결연관계를 맺게됐다”며 “앞으로 다양한 정보교환으로 양 가족 모두 행복한 결혼생활이 되었으면 한다”고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 멘토링 프로그램
이번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물론 이민자 가족들의 요구가 상당수 반영이 되었다. 아직 한국말을 잘 못해 쉽사리 다가가기 힘든 이주여성들에겐 일반 가정에서 하는 쉬운 일이 무척이나 어렵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또한 주위 친구들도 많이 없어 자녀양육문제나 여성문제를 터놓고 얘기할 사람이 부족한 점도 이번 프로그램이 어느정도 해소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센터에서는 한국어 교육이나 한국문화·음식 교육 등을 실시하며 국내 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계속적인 멘토링 사업으로 센터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그 이상의 도움을 일반가정에서도 줄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멘토 프로그램이 한 이국여성에겐 크나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에상된다. 오는 5월 25일 해산일을 앞둔 응웬티하(베트남) 씨는 “한국음식, 말 등 많은 점에서 어려움이 많다”며 “특히 해산일이 다가와 육아문제도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는데 이번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많은 도움을 받게 될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응웬티하 씨와 멘토를 맺은 일반가정에서도 셋째를 임신한 조미경(삼산동) 씨가 선정됐다. 그는 “응웬티하 씨가 한국에서 첫 애를 낳을 예정이어서 많은 도움을 줘야 할 것 같다”며 “해산일도 비슷해 이렇게 멘토를 맺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에 마련된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낯선 한국에서 적응해 가고 있는 결혼이민자 가족들에게 내국인과의 연계를 통한 한국생활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돈독한 협력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 그림으로 그린 첫인상
14일 멘토가족의 날 예비행사로 진행된 이날 행사의 주된 목적은 얼굴익히기다. 때문에 앞에 앉은 멘토가족에 대한 첫인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많은 이주여성들의 그림엔 일반가정의 행복한 모습이 강한 첫인상으로 남은 듯 하트와 꽃을 그려넣는 이들이 많았다. 또한 일반가정에서는 환영한다는 의미로 손을 그려넣기도 하고, 뿌리는 달라도 가지는 서로 엮일 수 있다는 의미로 나무를 그려넣는 가족도 보였다.
태양과 몇 개의 그림으로 한 절지를 다 채운 마리온 씨는 서툰 한국말로 “한 태양아래 살고 있는 지구촌을 표현했다”며 “나라는 달라도 한 태양아래 살고 있는 만큼 가족적인 분위기를 그리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마리온 씨와 멘토를 맺은 정영애(성안동) 씨는 “아직은 서먹서먹한 점이 있지만 금방 친해질 것 같다”며 “그래서 첫인상으로 두 손을 모아 감싸는 그림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대식에 며느리를 데리고 참여한 손귀자 씨는 “며느리가 가정교육을 잘 받고 시집을 온 것 같다”며 “사랑으로 감싸준다는 느낌으로 하트를 크게 그려넣었다”고 말했다.

▣ 그건 선입견이에요
아직 우리 사회에선 결혼이민자 가족들을 대하는 과정에서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돈 때문에 결혼을 했다’든가 ‘자국에서 결혼을 하지 못해 이국으로 시집·장가를 왔다’ 등 여러가지 이유로 이들과의 만남을 꺼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결혼이민자 가족들을 한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번도 결혼이민자가족들과 만남을 가져보지 않고 그 사람의 됨됨이를 미리 파악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이날 멘토가족 발대식에 참여한 결혼이민자 가족들은 이러한 편견 때문에 자꾸만 안으로 안으로 삶의 범위를 좁혀가는 것이다.
이미화 사회복지사는 “이주여성들의 성격들을 보면 이국으로 결혼을 올 만큼 자신의 삶에 도전적이고 성취지향적인 사람들이 많다”며 “하지만 그러한 삶을 계속 이어가기에는 상당히 높은 선입견이 가로막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에 대해 아무런 악감정도 없이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눈초리를 치켜뜬다든가 다짜고짜 무시하는 태도는 이민자 가족들에겐 크나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이번에 참여한 20여명의 일반가정을 시작으로 나 하나가 일당백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선입견을 차츰 줄여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차후 일정
14일에는 가족문화센터 대강당에서 ‘멘토가족의 날’ 행사가 예정돼 있다. 14시부터 16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결혼이민자가족 및 멘토가족 20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은 국립국악원 국악연주와 멘토가족 영상물 상영 등이 예정돼 있다. 물론 발대식에서 그린 그림과 사진들도 함께 전시된다. 이후 4월 21일 결혼이민자 남편모임과 올 6월 멘토를 통한 가족관계 증진을 위해 울산 12경 투어, 8월, 11월에도 계속해서 멘토모임을 진행할 예정이다.
센터 한 관계자는 “꾸준히 멘토가족을 모집하고 있어 언제든지 결혼이민자 가족지원센터로 연락(274-3137, http://ulsan.family .or.kr)하면 참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미화 사회복지사는 “꾸준한 멘토링을 통해 점차적으로 정보제공 및 다양성에 대한 인식전환에 일조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멘토 가족의 결성을 통해 소속감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센터에서는 가족과 가족의 연대를 넘어 결혼이민자들과 학생들과의 만남도 추진할 예정이다.
학생들에겐 외국어를 접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결혼이민자들은 개인적인 자존감 향상 및 자국의 존재가치 향상에 일조를 하며 결혼이민자들을 보는 시각의 전환점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 시집와 항상 한국문화를 배우기에 바빴던 결혼이민자들은 자신도 배우는 것만이 아니라 가르칠 수도 있다는 점이 이국생활에서의 자신감 향상으로 기여할 전망이다.

□ 취재/사진 : 성두흔 기자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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