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아빠1446
2007. 4. 11. 17:50
2007. 4. 11. 17:50
“아파트에 사는 것도 농촌에 사는 것도 아니여” |
성두흔 |
2007-04-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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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난국죽아파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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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협동의 상징 ‘두레’ 선비, 고결함의 상징 ‘사군자’ 옛 선조들의 ‘얼’ 그려넣은 무거 굴화두레마을 주민들
차를 타고 도심속을 지나다보면 한적한 시골길보다는 도심을 달리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모처럼 시간을 내 드라이브를 가려고 나선 도로길에는 높이 솟아있는 건물과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전봇대, 눈길 한번 받아보려 여기저기 벽에 붙은 각종 광고현판들까지 복잡함에 정신마저 답답해진다. 그렇다고 나들이를 가려고 무작정 ‘멀리 멀리’만 외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들 주변에도 도시 외곽 못지 않은 곳을 쉽사리 찾을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이곳 아파트다. 딱딱한 외벽에 대기업의 로고가 붙여진 고층아파트는 주위 경관을 가리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곳을 한번 지나보면 조금은 선입견이 깨지지 않을까 한다.
▣ 두레마을은 무거동 두레마을은 12개동 1046가구 3700여명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다. 1997년 입주 당시 정식 아파트 명칭은 ‘굴화주공 1단지’아파트. 하지만 입주민들은 이웃간 정을 되살리자는 취지에서 2001년 현재의 이름인 ‘두레마을’로 바꿨다. 한 신문사 인터뷰에서 한 동 대표는 “우리 마을도 여느 아파트단지처럼 위탁관리업체와 주민대표의 유착 등 관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주민간 반목도 심했다”면서 “내 아이들의 고향이 될 수 있도록 마을을 바꿔나가자는 취지”라고 아파트 개명에 대한 이유를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 아파트 단지는 정기적으로 벚꽃 축제나 대보름, 어린이 그림전 등을 개최해 주민들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삭막해져가는 도시생활에 이웃간의 정이 넘치는 곳으로 만들고자 노력한 지 7년이 지난 지금은 마을 축제 때 동별로 시합도 하며 즐기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다고 마을 주민들은 전한다. 홈페이지(www.ghdure.co.kr)도 오픈해 참여마당, 생활정보를 통해 온라인 상으로도 ‘두레’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 사군자가 그려지기까지 보통 아파트는 방수나 균열방지, 페인트의 색 바램 등을 이유로 4~5년 주기로 외벽 도장공사를 실시한다. 이곳 굴화두레마을도 작년 10월 말부터 올 1월 중순까지 도장공사를 실시했다. 어느 아파트나 하는 도장공사에 ‘뭐 그리 대단할까’하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이곳엔 조금 색다른 점이 있다. 바로 외벽에 사군자를 그려넣은 것. 이번 도장공사를 맡은 업체는 건진개발이다. 도장공사 입찰시 여러 업체의 도안을 제치고 낙찰된 이유는 바로 아파트의 특징을 잘 살렸다는 점. 낙찰 업체는 현장답사 후 아파트에 유독 나무가 많다는 점을 인지하고 외벽에 나무줄기와 잎을 그린 것이 주민들에게 90% 이상의 득표율로 낙찰된 것이다. 낙찰된 건진개발 이상엽 관리부장은 “아파트 외벽 도장공사시엔 최근 추세나 모양 같은 것은 많이 고려하지 않는다”며 “보통 현장답사를 해서 아파트에 맞는 이미지를 생각한 결과 나무가 많은 아파트이기에 주위와 어울려 나뭇잎과 줄기를 도안한 것이 주요했다”고 설명한다. 처음엔 10여 군데가 입찰을 했지만 그중 4개를 추려 주민투표에 부친 결과 90% 이상이 건진개발 도안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두레마을 주민들은 아파트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추가로 요구하게 되어 울산을 상징하는 암각화나 고래 등을 생각하다 사군자를 4동에 그려넣게 되었다.
▣ 주민들의 반응은 차를 타고 이 아파트 옆을 지나다보면 왠지 색다른 느낌을 받는다. 보통 아파트 가격을 올리기 위해 대기업의 로고를 크게 그려넣거나 아파트 이름을 크게 그려넣는 것에서 탈피해 그림 위주로 외벽을 장식한 것. 주민들의 반응은 90% 이상의 찬성률이 말해주듯 흡족해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109동 정경옥 씨는 “후보로 올라온 네 가지 중에서 보리그림이나 다이아몬드 그림보다는 사군자가 훨씬 친숙하게 와 닿았다”며 “봄이 되서 그런지 주위에 벚꽃, 개나리와 아파트 외벽이 잘 어울려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또한 106동 김 정 씨는 “이사 올 때 아파트에 나무가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외벽까지 식물그림이 그려져 한껏 분위기가 산다”며 “어찌보면 탁할 수 있는 색(짙은 녹색)이지만 주변경관과 잘 어울려 화사한 느낌마저 든다”고 표현한다. 이곳 주민 외에도 이곳을 자주 지나다닌다는 울산대학교 한 학생은 “몇 년간 이곳을 지나다니는 데도 불과 얼마전 외벽 그림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록 이 아파트에 잘 어울린다’며 “아파트에 살지는 않지만 왠지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봄의 경치를 남들보다 더 즐길 것 같다”고 부러움을 표한다. 이곳의 아파트는 97년 건립된 아파트다. 지금이 딱 10년 째인 이 아파트는 외관상으로는 10년된 아파트라고 짐작을 하지 못한다. 현 두레마을 총무이자 101동 대표이기도 한 송병영 씨는 “5년이 되면 당연히 하는 도장공사이지만 이것도 잘 활용하면 주민들에게 아파트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며 “이번 도장공사에서 두레마을만의 특징점을 살리려 한 것이 주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게 됐다”고 말한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굴화 두레마을은 10년이 된 아파트치고는 꾸준히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며 “이번 도장공사도 미세하지만 집값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한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궁금해 하지도 않는 세상이다. 바쁜 일이 있어 옆집에 대문 열쇠를 맡기는 일은 더이상 있을 수도 없는 일이 되어버렸지만 누구나 다 마음의 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 단지 문을 열 계기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이 아파트를 통해 생각해본다.
□ 취재/사진 : 성두흔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