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깊은 곳 심을 돋운다 성두흔 2006-12-27
[▣ 심마니]
▣ 심마니
우리는 삼을 캐는 사람을 통틀어 심마니라 부른다. 구분하면 가장 고령이면서 채삼경력이 많은 이를 ‘어인님’ 또는 ‘어이마님’이라 부르고, 최연소자는 염적마니다.
산삼을 캐기 위해 입산 날짜를 정하면 어인님의 지휘에 따라 금기사항을 지켜야 된다. 금기 기간은 7, 5, 3일 등 홀수로 정하며, 이 기간에는 살생을 금하고, 상가에도 가지 않으며, 상주를 만나면 피한다. 입산날은 목욕을 한 후 행장을 차려입는다.
집을 나설 때는 가족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다.
입산 당일은 입산제를 지내고 개인이 거처할 움막을 짓는다. 장소는 삼을 채취할 중앙부분으로 잡는다. 점심은 백미로만 먹으며 이후 낮잠을 자게 되는데 이는 산신의 계시를 꿈으로 받기 위함이다.
심마니들은 삼을 보면 ‘심봤다’라고 외치며 다른 심마니들을 불러 모은다. 발견장소가 전에 팠던 흔적이 없는 곳을 ‘생자리’라 하며, 그렇지 않은 곳은 ‘구광자리’라 한다. 처음 발견자는 산삼 주변에 표시를 하고, 내가 본 것 외에는 봐도 좋다는 선언을 한 다음에야 남이 그 주변을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산삼을 캐는 것을 ‘돋운다’라고 하며, 채삼할 때는 큰 뿌리나 돌이 있을 때 외에는 기구를 쓰지 않는다. 맨손으로 파는 것은 뿌리 하나라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삼을 본 적이 없는 초심자는 자신이 발견한 산삼을 선채(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파게 하며 그 자리에서 산신제를 지낸다.

▣ 산삼의 특성
산삼은 반음반양의 식물로 강한 햇빛 아래서는 자라기 어렵다. 아침햇빛이 들든지 오후 3~4시 이후의 산발된 햇빛 정도가 좋다. 사람들은 산삼이 깊은 계곡에서만 자라는 줄 안다.
하지만 삼은 야산에서도 자생하고 인삼밭을 오랫동안 한 지역 주위에서도 질 좋은 산삼이 나온다.
심마니들은 삼을 캐기 위해 모든 곳을 뒤지는 것은 아니다. 박활 씨는 “약초를 캐든 삼을 캐든 목적을 가지고 떠나게 된다”며 “그 식물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산세를 읽고 그 부분을 집중 공략해야 목표한 식물을 캘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옛 심마니들은 북받이(북, 동북, 북서) 방향을 기준으로 두고, 활엽수(밤나무, 떡갈나무, 오리나무, 옷나무, 물푸레나무, 생강나무, 단풍나무) 등 잡목으로 이루어진 곳을 공략했다.
남쪽으로 산을 공략해도 된다. 남쪽이지만 계곡이 잘 발달하고 나무수령이 좋아 햇빛이 어느정도 차광되고, 습도가 알맞게 유지되며 토양이 좋은 곳은 필히 공략해 볼 만 하다. 먼 산을 보았을 때 경사도가 있다가 어느정도 완만해지는 곳도 좋다.
박활 씨는 삼을 캐려는 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 고생을 사서하라
산행을 하다보면 짐승들이나 다닐 수 있는 곳을 사람들은 피하고 본다. 채심도구나 지팡이로는 치고 들어갈 수 없는 곳, 이런 곳을 공략해보면 대물이 채심되곤 한다. 누군가의 발길이 닿은 곳보다 힘들더라도 일단 공략해 볼 문제다.
· 경계선상을 공략해라
산행에서 경계란 소나무숲이 끝나고 잡목숲이 나타난다든지 산죽밭이나 계곡이 나온다든지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곳이다. 주변 상황이 바뀌면 일반적으로 직선행보를 하는데, 그틈을 노려서 경계지역을 따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산길이 나타나면 편하게 그길을 걷게 되는데 작은 확률도 놓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 심메만 생각해라
산행을 하다 딴 생각을 잠시 하다보면 주위에 보이는 모든 것은 그냥 흘러 지나가 버린다. 방금 내가 지나간 자리에서 뒤따라오던 동료가 심봤다고 외칠 경우가 있다. 이런 일은 여러 심마니들도 많이 경험한 일이다. 보통 입산 후부터는 대화도 삼가고 오로지 심메를 머리속에 그리고 산행을 한다.
· 색으로 찾아라
무성한 풀밭, 그속에 자생하고 있는 심은 찾기가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그냥 지나갈 수는 없고 또한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삼잎을 확인하고 찾는다면 무거운 행보를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풀이 무성하다면 심이 나오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그곳에서 심이 나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을 하는가. 이런 곳을 살펴 볼 때는 색으로 찾는 것이 빠르다. 분명 일반적인 풀색과 심메의 색은 차이가 난다. 그 미묘하지만 분명히 차이가나는 것을 익혀두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 딸(열매)을 보고 찾으려 하지마라
딸이 빨갛게 익어있을 거란 생각을 머리속에 두고 심메를 찾다보면 딸을 열지않은 심이나 다쳐서 올리지 못한 심, 그리고 일찍 낙과한 심은 기본적인 머리속 그림 밖의 심메라서 그냥 스쳐지나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항상 딸이 먼저가 아닌 엽으로 찾을 생각을 기본 바탕으로 찾다보면 너무나 이쁜 딸의 자태도 자연히 당신의 눈에 들어 올 것이다.
이거다 저거다 섣부른 결정을 머리속에 담지말고 그 산에서 상황에 맞추어 적절한 사고를 가진다면, 작은 확률도 놓치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 최선의 산행을 할 것이다.

▣ 중국삼과 구별
국내산 중국산
다리가 여러개로 잘 발달되어 있다. 한 두 개로 구분이 선명치 않다
몸통과 머리사이 구분이 선명하다. 선명하지 않다.
몸통이 짧고 뭉툭하다. 몸통이 길고 쭉 뻗어 있다.
뿌리에 흙이 묻어있다. 흙이 묻지 않고 깨끗하다.
새순이 나와 있지 않다. 가식을 해 새순이 있다.

▣ 산삼 복용법
뇌두를 제거하고 생삼을 먹는 것이 원칙이다. 취침 전이나 새벽에 최대한 오래 씹어 먹으며, 먹은 후에는 4~5시간은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반드시 공복에 먹어야 하며, 삼을 먹기 전후 1~2일은 소식을 한다.
뇌두는 끓여 차로 마신다. 삼은 칼이나 가위로 자르지 않는다. 먹은 후 명현(어지럽거나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현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복용 시 금해야할 사항은 과도한 성생활, 과로, 과음, 목욕 등이며 금기할 음식은 돼지고기, 무, 숙주나물, 미나리, 밀가루 음식, 생선회,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 짜고 맵고, 자극성 있는 음식 등이다.


한 사람이 산삼 한 뿌리를 들고 작은 가게의 문을 두드린다. 잠시 후 그의 얼굴엔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이 나타난다. 국내삼으로 알고 큰 돈을 주고 산 것이 중국삼으로 감정된 것이다.
전국의 산은 거의 다 올라봤다는 심마니 박활 씨. 그는 고려산삼감정협회 감정위원으로 이런 일을 몇 번 겪었다.
중국삼을 국내삼으로 속아 산 사람들의 안타까움과 같은 심마니로서 그러한 삼을 팔았다는 것에 대해 그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더 이상 조용히 삼을 캐러 다니기에는 피해자가 늘어날 것 같아 망설일 필요없이 그는 ‘산삼골 심마니’란 간판을 내걸었다. 인터넷에도 카페를 개설하고 국내삼 알리기에 나선 것이다.
그는 “국내삼도 아닌 것을 속여 파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어렵게 마련한 돈일텐데 심마니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힘을 주어 말한다. 가게를 열고 카페를 운영하며 그는 산 외에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평생 산 밖에 몰랐던 그가 많은 동호인들과 만나면서 이런 저런 세상일을 듣게되니 또 하나의 재미가 생긴 것이다.
삼철은 5월에서 10월사이로 지금은 그리 바쁜 시기가 아니다. 요즘은 많은 동호인들과 함께 약초를 캐러 다닌다.
이제껏 산삼을 캐러 지방을 다니면서 배웠던 약초를 가르친다. “산꾼이라고 모든 약초를 아는 것은 아닙니다. 이 지역, 저 지역 다니면서 지역민들에게서 지방 약초에 대해 많이 배우면서 저 또한 많이 배우게 됩니다.” 평생을 산과 함께 했지만 아직 배울 것이 많이 남았다는 말이다.



□취재/사진 : 성두흔 기자
[▣ 산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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