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소리 신정시장에서

듣는다

성두흔 2007-01-12
[사진 촬영이란 말에 하나같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던 부산수산의 민혜경 씨. 이에 답이라도 하듯 냉큼 가게로 뛰어가 생선 하나를 번쩍들어 브이를 그려준다.]
[점심시간 몰려드는 손님에 칼국수를 만들기 위해 반죽이 한창이다.]
"올해는 어떤 사람과 악수할까
시청근처라 데모하면 장사 끝나
시장거리에 젊은이들이 없어 "

서민들의 진솔한 삶을 보고싶다면 재래시장에 가보라한다. 이는 시장을 오가며 보고 듣는 것이 어떠한 방송매체보다 軻樗?모습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900평의 대지에 점포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사람만 400여명, 남구의 정치 일번지라 불리는 신정시장을 찾아 울산의 생생한 소리를 들어봤다.

▣ 변화하는 신정시장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시작된 아케이드 공사가 상인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비만 오면 가게 앞으로 천막을 처야 하는 불편이 없어졌고, 멀리서 물건을 들고오는 할머니들도 길거리에서 우산을 들고 앉아 있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름에는 강렬한 햇빛 또한 막아줘 장사하기에 수월해졌다는 반응이다.
현재 신정시장 아케이드 공사는 1·2차가 공사가 완료돼 660m의 아케이드가 설치돼 있으며, 3·4차 공사도 예정돼 있어 지역상인들을 더욱 만족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신정시장 상가상인회 신동임 회장은 “아케이드 설치 후 수익이 30% 정도 더 늘어났다”며 “이외에도 상인대학을 설치해 지역상인들에게 상업관련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가상인회 건물 1층 편의시설에 들어설 예정인 상인대학은 각종 상업 전문가들을 초청, 백화점 못지 않은 서비스와 마케팅 전략을 상인들에게 교육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이제는 재래시장만의 발전을 넘어서야 할 때”라며 “더욱 발전하는 재래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변 상권까지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지역상권 전체를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 상인 가라사대
겨울이라 춥다지만 요며칠 부쩍 추워진 날씨에 상인들의 몸이 더욱 움추러든다. 점포가 있는 상인들은 그나마 몸을 녹일 수 있겠지만 멀리서 물건을 팔러 온 사람들에겐 이 겨울이 고역이다.
· “추위는 어쩔 수 없어”
기장이 집이라는 한 할머니는 8시가 되면 이곳에 도착해 저녁 7시까지 간이 의자에 앉아 장사를 한다. 아들이 태워줘서 그나마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그는 옷 매무새가 최전방 군인 못지 않다. 하지만 허술해 보이는 곳이 있으니 바로 손이다. “미역을 만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 추운면 추운대로 사는 것이지 하루 이틀 추운 것도 아닌데 참는 것 외에 다른 수가 있겠냐?”며 이 겨울의 추위를 담담히 받아들인다.
· “띠좀 두르지 말아요”
현대자동차의 사태가 신정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유인 즉 동구에서만 사태가 벌어질 때와는 달리 시청이 옆이라 시가행진을 할 때면 이곳을 지나게 된다는 것. 물론 현대자동차 때문만은 아니지만 현 상황에서 괜시리 뭇매를 맡는 형편이 되었다.
한 상인은 “띠만 두르면 그날 장사는 물건너 갈 정도”라며 “하루 2만 원 정도 버는데 우리보다 돈도 잘 버는 사람들이 너무하는 것 같다”고 타박을 준다.
· “젊은 사람이 없어”
예전 이곳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했다는 한 상인은 지금은 어패류 장사를 하고 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찾아줘야 물건도 젊은 사람들에 맞게 다양해지고 분위기도 좋아진다”며 “젊은이가 없으니 장사치가 없고, 장사치가 없으니 더욱더 젊은 사람들이 안 찾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말한다. 덧붙여 “지나가기라도 하면 눈길을 끌기위해 젊은이들을 위한 물건이 진열될 것”이라고 젊은 사람들에게 당부를 한다.
· “올해 또 정치인과 악수할 준비해”
이곳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한 상인치고 정치에 관심없는 사람이 없다. 선거철만 되면 찾아오는 정치인들과 악수하는 것이 이제는 연례행사처럼 되었기 때문이다.
한 상인은 “선거 때는 길거리 확성기 소리가 내 목소리보다 커 손님 끌기도 힘들어진다”며 “평소 눈길 한번 주지 않으면서 선거 때만 되면 물 묻은 손도 괜찮다면 잡아주는 손이 싫다”고 쓴소리를 내뱉는다.

토, 일요일만 되면 조용해진다는 재래시장. 서민경제의 최선봉으로 정치, 경제 등 사회현안이 모두 공존하는 곳이다. 쓴소리 단소리 거침없이 나오는 이곳이야 말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고 보존해야할 곳이다.

□ 취재/사진 : 성두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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